우리는 비건 교사, 짓고 쓰고 노래합니다
- 어린이·청소년과 비거니즘을 나누고자
동화 쓰고 노래 부르고 농사짓는 교사들
매일의 끼니부터 바르고 입는 것, 말과 행동까지 비거니즘은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를 요구한다. 비건이 된다는 것은 단지 ‘동물을 먹지 않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제껏 보지 못했던 인간중심주의와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현실을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비건 교사의 앎과 삶은 교실에서도 자연히 묻어난다. 매일 싸는 도시락에서, 고심해서 고른 읽기 자료에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단어에서……. 비건이 된 교사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먹고 생각하고 말하며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학교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또 만들어 가고 있을까?
1부에는 동물권의 렌즈로 바라본 교육 현장과 그 속에서 움트는 교육자로서 고민을 담았다. 비거니즘을 만난 후 새롭게 떠오른 질문들, 학생들에게 자신이 비건임을 밝히고 이어 가는 대화를 생생한 경험담으로 풀어냈다. 성분표까지 확인했다며 비건 간식을 선물하거나 급식에 선생님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 확인하는 학생들의 애정과 관심에 뭉클해지기도 하고, 때론 사회의 편견과 혐오를 배워 비건, 비인간 동물을 비롯한 소수자를 손쉽게 대상화하고 조롱하는 학생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런 매일의 교실에서 교사로서 나의 개입이 너무 과한 건 아닐까 성찰하고, 그럼에도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며 비거니즘 교육을 이어 가고, 교육으로 인간이 변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등 갈팡질팡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자주 실패하지만 결국은 작고 빛나는 성공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이 여정은 공존의 가치가 절실한 오늘날 중요하고 귀한 발걸음이다.
2부에서는 ‘학교는 비거니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 아래 교육 현장의 한계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짚는다. 교육부, 학부모, 동료 교사 등 비거니즘 교육을 하다 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여러 주체와의 갈등 그리고 협력을 다룬다. 동료 교사와 대화해 동물원이 아닌 곳으로 현장학습 장소를 바꾸고, 학생들과 함께 학교 측에 채식 급식을 건의하는 등 비건 교사들의 생생한 분투를 보여 준다. 더불어 교육 노동자의 과도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며 생태 전환 교육, 비거니즘 교육이 진정으로 이루어지려면 교사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3부에서는 다양한 비거니즘 수업 사례를 공유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급별 사례는 물론, 국어ㆍ미술ㆍ실과 등 교과별 수업 구성안을 소개해 비거니즘 교육을 고민하는 교육자들이 두루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문학 작품 읽기ㆍ텃밭 가꾸기ㆍ토론 등 수업의 주제와 형식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부록으로 0세부터 성인까지 연령별 비거니즘·동물권 추천 콘텐츠를 제공해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교육자, 보호자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느끼는 모두를 사랑할 거야!”
- 비인간 동물과 인간 모두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비건 교사들의 외침
비건교사나는냥이 만든 동요 〈원하는 대로〉의 후렴에는 이런 외침이 나온다. “느끼는 모두를 사랑할 거야, 느끼는 우리로 살아갈 거야!” 여기에는 어린이이건 여성이건 장애인이건 비인간 동물이건 웃고 울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면 존엄할 수 있는 세상,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 다른 존재의 고통을 못 본 척 지나치지 않고 마음을 쓰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한 마음으로 비건교사나는냥의 구성원들은 어린이·청소년과 비거니즘의 가치를 나누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자 실천을 이어 가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자 애쓰고, 이 시스템의 공범자였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자 분투한다.
《학교에 비거니즘을》에는 그 과정에서 겪은 고민과 어려움, 실패와 도전이 빼곡히 담겨 있다. 부족한 한 사람으로서의 고백인 동시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응원이기도, 같이하자는 초대이기도 하다. 교육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렇게 획득한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사회는 조금씩 더 다양하고 다정해진다.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비인간 동물’들의 권리와 해방을 가르치는 일은 삶과 교육의 생태적인 전환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목소리다. 응답을 기다리며 환대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화답하자. 당신이 그들의 ‘길벗’이 된다면, 한결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