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의 학교 폭력 전문가
저자 에마뉘엘 피케는 2008년 샤그랭 스콜레르 센터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팰러앨토 학파의 원칙을 바탕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팰러앨토 학파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시 팰러앨토의 이름을 따서 1950년대에 형성된 사조다. 심리학과 사회심리학, 언론정보학과 더불어 사이버네틱스와 체계 이론의 개념들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가족요법과 해결책 중심 치료의 기원이 되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이 주축이 되어 설립했다.
“이론과 해결책 모두 제시한
보기 드문 저서”
학교 현장 연구가이자 사회학자 엄기호 교수(청강문화산업대)는 이 책을 읽고 “이론과 실천 양쪽 모두에서 구체적 보편성을 성취한 보기 드문 저서”라고 평했다. 여기서 ‘이론’과 ‘실천’의 바탕이 된 것이 팰러앨토 학파 철학이다. 이 철학의 핵심은, 가능한 한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하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학생 사이에 학교 폭력이 발생할 경우 교사, 양육자, 피해자/가해자 가족 등이 끼어들면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피해 학생의 부모가 가해 학생을 만나 다시는 자신의 아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주의나 경고를 주면, 가해 학생이 이후에 조심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도리어 가해 학생뿐 아니라 그 사건을 지켜본 방관자 학생들까지, 피해 학생은 부모가 문제 해결에 끼어들 만큼 유약한 존재란 편견만 갖게 된다는 분석이다. 피해 학생은 학생대로 부모의 등장에 더 움츠러들고 창피해하고 말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8세 이후부터는 부모의 개입이 학교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시종일관 강조한다.
8~9세 무렵부터는 이렇게 부모가 개입하는 행동이 전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행동은 아이를 비단 가해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또래 아이들 앞에서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행동은 부모가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로 이렇게 보호받은 아이의 취약함이 커지는 것입니다. -150쪽
교사를 괴롭히는 것도
학교 내 괴롭힘
이 책은 101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오랜 경험에서 뽑아 올린 질문들이다. 질답 형식이긴 하지만, 내용은 체계적이다. 먼저 괴롭힘이란 무엇인지 여러 측면에서 알아본 후, 학폭 폭력이 어떻게 시작돼 결국 어디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지 집중 조명하며, 학교 폭력 문제가 벌어졌을 때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엔 무엇이 있는지도 여러 사례를 들어 조언한다. 그다음 이번엔 학생들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결국 폭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건 학생들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폭력에 맞설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학교 폭력 문제가 벌어졌을 때 교사와 학교의 역할도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 책은 학교 내 괴롭힘이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만 벌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학생이 교사를, 양육자가 교사를 괴롭히는 것 역시 학교 내 괴롭힘으로 보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양육자와 갈등을 빚다 자살한 교사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이다.
책의 마지막 장은 〈SNS 폭력에 대처하는 법〉이다. 요즘은 온라인상의 괴롭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저자는 큰 틀에서의 온라인상의 괴롭힘부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구체적인 SNS 괴롭힘까지 대처법을 제시한다.
이처럼 이 책은 괴롭힘의 뿌리부터 현재 양상까지 알차게 다룬다. 학생, 양육자, 학교 상담사, 보건 교사, 교장, 교사, 교육자, 심리 상담사 등 학교 내 괴롭힘을 끝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요긴한 지침서이자 기본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