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 전 세계 27개국 판권 계약 ◎ TV 시리즈 제작 확정
“더 이상 먹을 고기가 없다고요?
고기를 대신할 인간 농사를 시작합니다”
식인이 합법화된 충격적인 가상 세계
마르코스 테호는 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중년 남성이다. 그는 얼마 전 어린 자녀를 갑작스럽게 잃었고 아내 세실리아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잠시 친정에 머물고 있었다. 마르코스에게 삶은 매일 슬프고 고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의 개인적인 비극은 그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끔찍함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르코스가 일하는 공장은 사실 인육을 가공하는 곳이었다. 몇 년 전 전 세계에 퍼진 신종 바이러스가 모든 가축과 동물들의 씨를 말려버렸다. 사람들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졌고, 정부는 생존을 위한 결정이라며 제한적인 인육 소비를 허가했다. 마르코스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육 가공 일을 하고는 있지만 이 모든 상황이 탐탁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세력이 인구 과잉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까지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르코스는 공장 매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고기용 암컷 인간 한 마리를 선물받는다. 그 선물을 전혀 원하지 않았던 마르코스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인간은 강제로 그에게 배달된다. 마르코스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을 헛간에 두고 보살핀다.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종종 찾아가고, 돌아오지 않는 아내에게 끊임없이 영상 통화를 시도하며 공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는 고기용 인간에게 점차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인간은 이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이라.
우리가 우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니라.”
시체. 반으로 절단. 전기 충격. 도살 라인. 분무 세척……. 이 소설은 첫 문장부터 끔찍하다. 마치 독자를 도축 라인에 선 가축으로 만들어 곧 정육점 도마 위에 서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상상을 펼치게 만든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며 식인이 합법화된 세상에서 인육이 어떻게 길러지고 소비되는지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저자인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는 『육질은 부드러워』의 리얼리티를 위해 식인 풍습과 육류 산업 운영 및 동물 권리에 관한 만만찮은 양의 매뉴얼과 지침서, 소설, 에세이 등을 탐독했다. 그로 인해 작품에는 육류 산업에 대한 명확한 비판이 담겨 있지만 작가는 그보다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를 극명하게 그려내려고 했다. 전쟁, 인신매매, 현대판 노예제도, 빈부 격차, 성차별 등등 인간들은 서로를 먹어 치우며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바쳐 인육이 되는 신흥종교부터 집에서 ‘상품’을 길러 잡아먹는 유행, 인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자행하는 연구소와 인간 수렵장에 대한 묘사 등등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다른 세상 속 이야기라고 안심하며 읽어 내려가던 독자들은 마지막 파국과 함께 모든 일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끔찍한 인식을 마주하게 된다. 다른 이들의 고통에 외면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모두는 인육을 섭취하면서도 그들을 ‘인간’이라고 부르지 않거나 서로 모르는 척한다. 그렇게 법률로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만일 ‘상품’인 ‘인간’과 성적인 접촉을 하거나 그들을 인간 취급하면 함께 죽어 인육이 되도록 하는 처벌까지 내린다. 서로 비인간적으로 행동하기로 약속하고 행동해야 마음이 편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가는 사회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얘기해 고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차별과 폭력에 침묵하면 모두 공범이 된다는 얘기다.” _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