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언어교육의 최종적인 목표는 그 언어를 사용한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언어의 모든 측면에 관한 지식이 요구되나 그 중에서 가장 기초적이자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어휘라고 할 수 있다. 어휘 학습은 언어 습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어휘력이 부족하면 어떠한 형태의 언어활동도 원활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Without grammar very little can be conveyed, without vocabulary nothing can be conveyed(David Wilkins)’라는 말처럼 문법 지식이 부족하면 의미가 거의 전달되지 않지만, 어휘 지식이 부족하면 의미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어휘 지식은 독해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문목적 한국어 학습자의 경우 한국어 어휘를 습득할 때 숙달도 단계가 높아질수록 한자어 비중이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이 있다. 이에 한국어 학습자는 숙달도가 올라갈수록 자신의 부족한 언어 능력으로 어휘를 상정하며, 가장 향상하고 싶은 영역으로 어휘를 꼽는다. 더군다나 중국인 학습자는 모국어 습득을 통해 이미 많은 한자를 인지하고 있으므로 한자어를 배우는 데에 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모국어 간섭과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한국어 한자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중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한자어 교육에서 각 한자어 유형별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 숙달도 별로 한자어를 어떻게 습득하였느냐는 의미 있는 연구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한·중 양국의 한자어 어휘에 대한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중국인 학습자가 유형별 한자어를 인식 및 습득하는 양상에 대해 연구하였다. 앞 부분에서는 한·중 한자어 유형을 판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학문목적 학습용 한자어 목록을 선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한자어에 대한 인식 정도와 습득 양상을 측정하기 위해 한자어 인식 조사와 사용 능력 평가 테스트를 제작하였다. 제4장, 제5장, 제6장에서는 중국인 학습자를 모집하여 한자어 인식 조사와 능력 평가 실험지로 실험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한자어 유형별, 숙달도별, 한자 뜻풀이 병기 여부에 따른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자어 습득 차이를 비교 및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실험 결과와 한자어 습득 및 교육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 중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자어 교육의 우선순위에 대해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자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중국인 학습자의 한자어 인식 및 습득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실험 과정, 실험자 모집, 실험 채점 등에 부족한 부분이 매우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부족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출간하는 것은 한자어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 요인에 맞게 다양한 언어적 요소를 활용하여 교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언어교육을 하는 연구자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희망한다.
2024년 봄 중국 계림에서
王昊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