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장에 청바지는 몇 벌이나 있을까?
전 세계에서 1년에 팔리는 청바지가 무려 12억 5,000만 벌, 미국 여성들은 청바지를 평균 일곱 벌 갖고 있다고 한다. 패스트 패션의 상징인 H&M 회장은 창업자의 아들로 자산이 170억 달러가 넘으며, 몇 해째 지구상의 부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청바지는 세계 패션업계의 큰 축이고, 패션계는 세계 경제의 주역이다. 한때는 청바지가 민주주의와 평등을 상징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가 걸친 청바지는 어떨까? 저자 맥신 베다는 “역겨울 정도로 닳고 닳았다”고 말한다.
섬유 생산 → 방적·방직 → 재단·재봉 → 유통 → 구매 → 폐기로 이어지는 청바지의 삶과 죽음
오늘 입은 청바지를 한번 살펴보자. 하루 만에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청바지. 그런데 그 청바지가 실제로 어디서 왔는지, 면화 농사부터 방적, 직조, 염색, 포장, 배송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몇 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왔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다. 채 몇 번 입지도 않고 싫증난 옷가지가 분리수거함에 들어간 이후 어떻게 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미국에서는 청바지를 만들지 않는다. 미국에서만 한 해에 청바지 4억 5,000만 벌이 팔리지만 이 가운데 ‘미국산’은 없다. 1960년대 리바이스 청바지를 샀다면 그건 미국에서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지금은 원단과 지퍼, 기타 등등을 한 벌로 조합한 ‘메이드 인 차이나’ 표시만 보일 뿐 그 하나하나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다. 일개 소비자인 우리만 모르는 걸까? 아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수장들도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최악의 재난이 되어버린 의류 산업의 공급 체인
패션 산업은 극단적으로 불투명한 레이더 바깥세계에서 철저하게 실체를 숨긴 채 돌아가고 있다. 쇼핑이 편리해지고 선택지가 많아지는 만큼 한 땀 한 땀 켜켜이 내재된 폐해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저자는 “모든 옷이 평등하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의류 산업은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외교와 똑같이 구조적으로 인종, 젠더, 계급, 지역 등 각종 차별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패션은 원료 생산부터 의류 제작, 제품 유통, 폐기물 처리까지 시종일관 바닥 찍기 경쟁이다. 생산성은 높이고 원가는 낮추기 위해 땅과 물을 처참하게 오염시킨 화학물질도 그랬고,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노동을 기계화하는 것이 미국 남부 노예 제도의 핵심이었던 것처럼 의류 제작 공장에서도 노동력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만큼 생산성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바느질은 산업화 이전부터 여자들의 일이었는데, 전 세계 산업계의 여성 노동자 비율에 대해서는 화가 치밀 정도로 제대로 된 데이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도 전한다.
2014년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라나 플라자 사건이 바로 그 현장이었다. 서구 의류 브랜드의 대규모 하청업체인 라나 플라자의 공장이 기계 무게와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했는데, 밖에서 걸어잠근 방화문 때문에 1,134명이 죽고 2,5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심지어 중고 의류 시장마저도 개발도상국의 기회를 가로막는다. 자국 경제를 위해 선진국의 쓰레기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후진국일수록 잘사는 나라들에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르완다가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헌 옷 수입을 금지하자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에 따라 부여하던 혜택을 중단했고, 결국 르완다는 미국 쓰레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보복으로 자국산 의류를 미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사지 않는 것이 단연코 가장 좋다
쇼핑할 때 우리는 “나중에 중고로 팔면 돼”라고 생각하고, 중고 마켓에서 사는 사람은 “새 물건을 산 건 아니니까”라고 합리화한다. 이런 사고방식이 무한 소비를 부추긴다. 우리는 쓰던 물건을 좋은 뜻으로 기부할 때 그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가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길 원하며,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쓸모없다고 판단해서 기부하지만, 누군가 그 물건을 유용하게 쓰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부하는 엄청난 규모의 중고품, 특히 저가 의류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게 진실이다. 그 결과 우리의 좋은 의도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와 악몽 같은 환경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썼던 물건을 사는 게 신상을 사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사지 않는 게 단연코 가장 좋다.
도발적인 취재, 전례 없는 데이터, 날카로운 통찰과 방대하기 이를 데 없는 연구로 완성된 이 책은 청바지 한 벌을 실마리 삼아 글로벌 경제 속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불편한 진실과 그에 따른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한시도 우리 몸에서 떨어지는 일 없는 모든 옷과의 관계를 통해 어느 누구도 착취당하지 않고 모두 함께 누리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존할 수 있도록 시민으로서 중심 역할을 하자는 당부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리뷰&찬사
“청바지 한 벌의 "전기"로 세계화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뜨거운 주제를 예리하게 마주본다. 베다는 글로벌 패션 산업에 누적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드러내고 무분별한 쇼핑의 결과를 드러낸다.”
- 파이낸셜 타임즈, 2021년 최고의 책(비즈니스 부문)
“패션 산업의 세계화로 세계 곳곳에서 빈곤이 줄고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었다. 하지만 그 번영은 인간에게 고통을 안기고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 책은 세계 노동 분화의 마디마디에 확대경을 들이대 우리가 입는 ‘옷의 일생’을 매력적으로 들려준다.”
- 대니 로드릭, 하버드 대학교 국제정치경제학 교수. 『세계화 패러독스(The Globalization Paradox)』 저자
“반드시 읽기를. 패션 산업은 이 시대 최악의 재난이 되었다. 베다는 뛰어난 통찰로 장막을 걷어내 의류업계의 속살을 드러내고, 동시에 과소비나 착취 없이 이 산업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 존 마크 코머, 브리지타운 교회 목사, 『무자비한 서두름의 퇴치(The Ruthless Elimination of Hurry)』 저자
“매력적이다. 통통 튀는 스토리텔링으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복잡한 시스템의 조각을 한 벌로 엮어냈다. 지금보다 더 공정한 세상을 위해 필요한 문제 인식과 해법을 모두 포착한 획기적인 책이다.”
- 앰버 발레타, 슈퍼 모델, 사회운동가
"양심적인 사람을 위한 필독서."
- 빌 맥키벤, 『자연의 종말』저자, 뉴요커 작가
"매력적인 만큼 불안한 기록. 새 청바지나 다른 뭔가를 사기 전에 이 책을 읽기를.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을 영원히 바꿔놓을 테니."
- 엘리자베스 콜버트, 『여섯 번째 대멸종』저자, 뉴요커 작가
"우리 시대를 위한 책. 흠잡을 데 없는 연구와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패션 산업을 사람과 지구를 우선시하는 새로운 도덕적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함을 설득한다."
- 폴 폴먼, 전 유니레버 CEO, UN 글로벌 콤팩트 부의장
"기가 막힌 책이다. 패션 산업이 어떻게 파괴와 불평등을 지속시키는지에 눈을 뜨게 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아자 바버, 작가 겸 컨설턴트
"나의 안녕에서 나아가 지구의 안녕에 관심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의류업계의 공급망에 촘촘하게 얽힌 복잡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설명한다. 동시에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희망을 주는 실질적인 제안도 내보인다."
- 에일린 피셔, 에일린 피셔 설립자 겸 CEO
"이면을 읽는 놀라운 통찰력. 우리 소비의 불미스러운 결과를 정리하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이야기. 이대로는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환경 파괴의 주범, 섬유·의류 생산의 세계를 소개한다. 강력한 만큼 심하게 혼란스러운 책으로, 당장 움직여야 한다는 긴급한 행동을 촉구한다."
- 스벤 베커트, 하버드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면화의 제국』 저자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인 언어로 우리 옷장 속에서 글로벌 세계의 관계과 역사를 펼쳐보인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패션 산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변화와 개개인의 인식이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그 틀을 제공한다. 쇼핑광이든, 소비주의를 비판하는 사람이든 이 책은 진실만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 타비타 버나드 제이콥스, 디자이너, 패션 활동가
"견제받지 않는 기업의 힘, 만연한 소비주의, 규제받지 않는 산업에 대해 명확한 시각으로 패션을 넘어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평등하고 지속 불가능한 현대 사회의 잘못된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한 청사진."
- 엘리자베스 클라인, 『나는 왜 패스트패션에 열광했는가』 저자
"특히나 옷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에밀리 파라, 『보그』 수석 패션 뉴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