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얼굴 뒤에 숨어 아무렇지 않게 하는 뒷담화
누구나 다 하니까 나도 해도 될까?
혼자 속앓이하던 루루는 ‘뒷담화 주머니’를 손에 넣자, 그간 꾹꾹 참았던 뒷담화를 마음껏 했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한 험담이 밖으로 샐 일이 없어 자물쇠 루루의 명예도 굳건히 지킬 수 있었어요. 하지만 뒷담화 종이가 가득 쌓이자 주머니는 빵빵하게 부풀었고, 급기야 루루 허락도 없이 종이를 하나둘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루루네 반 교실에서요! 다행히 천장으로 날아오른 종이는 공중에서 사라졌지만, 대신 루루가 적은 뒷담화 내용이 모든 친구들 귀에 쩌렁쩌렁 울렸지요.
입이 무거운 모범생, 친절한 학급 회장이었던 루루는 순식간에 뒤에서 몰래 친구 뒷담화나 하는 아이가 되고 맙니다. 루루는 이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른 우리, 그래서 더 존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친구 관계
《뒷담화 주머니》는 뒷담화에서 비롯된 친구들의 오해, 다툼, 화해를 그린 이야기예요. 우리는 종종 친구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고, 생각이 달라 의견이 대립하기도 해요.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이 친구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거나 논쟁하는 것을 어려워하지요. 그래서 앞에서는 동의하는 척, 괜찮은 척하다가 뒤에서는 다른 말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상대방에 대한 험담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이 경우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처럼 합리화하면서 뒷담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나 으레 하는 것이라고 가볍게 넘기지요. 하지만 어떤 이유든 누군가를 뒤에서 험담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에요. 나와 친구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솔직함’과 ‘용기’야말로 친구를 대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일 거예요. 《뒷담화 주머니》는 이렇게 친구 관계에서 꼭 알아야 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들려 줍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자나 깨나 말조심
《뒷담화 주머니》에는 또 하나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어요. 진부하지만 참으로 맞는 말 ‘세상에 비밀은 없다’예요. 비밀이라면서 속닥거릴 때는 재밌고 속이 시원할지 모르나 언젠가는 모두 알게 되지요. 또한 책 속 루루의 말처럼 ‘말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와’ 친구와 나 모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겨요. 루루와 친구들도 각자 무심코 내뱉은 뒷담화가 모여 눈덩이처럼 커졌고, 부메랑이 되어 교실 전체를 덮쳤어요. 그로 인해 친구들의 우정에 금이 갈 뻔했지요. 이처럼 말조심은 하고 또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뒷담화 주머니》가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여기에 재기발랄한 화면 구성과 세련된 색감이 돋보이는 김지하 작가의 그림이 루루네 반 아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