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콘텐츠를 마주하다
지난 2019년, 고려대 미디어학부의 도전으로 시작된 ‘미디어 루키스’가 2024년 시즌 3로 돌아 왔다. 미디어 루키스란, 학부생들이 현재와 미래의 미디어를 이끌어 갈 새로운 테크놀로지 산업 현장을 체험할 기회를 갖고, 미지의 현장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차분히 준비하며 더 나아가 그 일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지를 생각하게 해 줄 목적으로 설계된 고려대 미디어학부의 교과과정 외 프로그램이다.
시즌 3 미국 동부 프로그램의 주제는 “가상 미디어 시대의 탐구”이다. 미디어루키스는 이번 여행에서 보스턴에서 MIT 미디어랩, 하버드대학의 비교문화학과와 메타랩(MetaLab), 로봇 개발사인 피아지오 패스트 포워드(Piaggio Fast Forward), 에머슨대학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학과, 보스턴대학의 이머징(Emerging) 미디어학과를 탐방한다. 뉴욕에서는 〈뉴욕타임스〉, 뉴욕시립대학 저널리즘스쿨, 뉴욕의 대표적 한국기업 법인인 제일기획과 현대차 전시장, 뉴저지의 LG캠퍼스, 그리고 한국문화 보급의 선봉에 서 있는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한다. 현지에서 일하는 구글과 메타(Meta)의 젊은 한국인 선배들과 테크 산업, 미래 일자리 전망에 대한 실용적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필라델피아에서는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가상현실(VR) 랩과 헬스 커뮤니케이션 랩을 탐방해 가상 미디어의 본질과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고민하다
현재 인류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해 인간의 체험을 확장하는 가상문화(virtuality), 즉 메타버스와 생성형 인공지능의 보편화 시대를 목도 중이다. 그럼에도 이전 시대의 소통 양식은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구글의 바드,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최근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들 서비스가 인공지능을 통해 전통적 구술, 활자, 시각문화에 바탕을 둔 원초적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미래도 그동안 인간이 구축해 온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달렸다.
그리하여 미디어 루키스가 가상 미디어 시대에 한 걸음 먼저 가서 보고, 듣고 체험하고자 한 목적이 여기에 있다. 공연 게임, 교육 등으로 확대 중인 VR, AR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산업은 지금 어디에 있고,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가상 미디어는 인간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궁극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떤 서비스가 가능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이 책이 던지는 일련의 질문이다.
미국 동부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다
미국 동부 대도시의 풍성한 역사와 문화 탐방, 거리와 빌딩, 레스토랑과 카페의 관찰까지도 책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은 팬데믹을 이겨낸 맨해튼의 여름날 특유의 활기는 물론, 보스턴 다운타운의 프리덤 트레일스(Freedom Trails)를 중심으로 한 근대 미국 역사체험, 보스턴 차 역사박물관. 미술관, 공공도서관 방문,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심공원에서의 달콤한 오후의 햇살까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글로벌 자본주의의 중심인 맨해튼에서 인간과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 속 사람들은 여전히 도시를 걷고, 음식점과 카페를 산책하고, 사무실에서 일하고,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동시에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가상의 현실을 체험한다. VR 게임에 몰입하고, AR이 제공하는 관광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의 도움을 받으며 학습하고 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가상과 현실의 사이에서”는 이 시대를 사는 미디어학도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상에 대한 직설적 묘사인 한편, 함축적 표현이기도 하다. 미래 미디어를 향한 다음 세대의 도전은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시작한다. 가상 미디어와 문화가 우리에게 불러온 새로운 세계의 논리와 감성을 이해하고, 동시에 공동체와 개인의 문제에 대해 사색의 폭을 넓히면서 다음 세대의 ‘무한도전’이 시작된다. 그 도전의 서곡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열정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한 모든 학생이 글쓰기에 참여했고, 그 결과를 모아서 비슷하지만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다음 세대 모든 젊은이들과 공유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