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썼다?
유명 예술가들의 시작에 편지로 쓴 글이 있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편지로 글 쓰기 전에’를 통해 도스토옙스키, 괴테와 같은 대문호의 시작에 편지로 쓴 작품이 있음을 밝힌다. 그밖에 글감을 찾는 시야를 넓히는 법(‘창문 색다르게 열기’), 호적상 나이와는 상관없이 각자에게 맞는 독서법(‘나의 책 나이 찾기’)을 소개한다.
2부 ‘편지로 쓸 수 있는 글’에서는 자기소개서, 일기, 감상문, 기행문, 설명문, 에세이 등 서간체로 쓸 수 있는 여섯 가지 글의 작법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6장 ‘자기소개서’ 편에 등장하는 서른 살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밀라노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궁정에 입사지원서 겸 편지를 보낸 사실은 흥미롭다. 그런가 하면 8장 ‘감상문’ 편에서는 서평을 쓰는 대상을 주인공 및 등장인물, 작가, 다른 독자 등으로 세분화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3부 ‘편지로 글 쓰는 사람의 자세’에서는 썼으면 보여줄 공간 마련하기(‘플랫폼과 친해지기’), 자기 연민과 자기 몰입 피하기(‘버리기와 거리 두기’) 등 쓰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말한다. 또한 각 파트마다 저자가 그동안 써온 글을 예시로 수록했다. 부록에는 서간체로 쓰인 책과 작가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소개하고 있어 글쓰기뿐 아니라 독서에도 도움을 준다.
“누구에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당신의 수신인이 되어주겠다”
한 편의 글쓰기 책이자 편지를 부치며
『편지로 글쓰기』는 실용적인 서간체 작법이 담긴 책이기도 하지만, 쓰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에게 저자가 부치는 다정한 편지다. 『목요일의 작가들』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과 글쓰기 수업을 함께한 10년의 시간을 전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책에서 오랜 시간 ‘편지로 읽는 인문학’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지만, 글쓰기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거나 훈련이 되지 않아 첫 문장을 쓰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들이 “친한 사람에게 편지 한 통 보내듯” 가볍게 글을 쓸 수 있기를,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통해 글쓰기 연습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을 향해 글을 쓰겠지만, 우리의 최종 독자는 미지의 불특정 다수다. (중략) 만약 편지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누구에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당신의 수신인이 되어주겠다. _본문에서
물론 취향에 따라 서간체 작품을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사변적인 이야기를 제3자인 자신이 따라가기 버겁다거나, 어딘가 낯간지럽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자기 연민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쓰고 싶은 열망은 가득하지만 첫 문장 떼기가 막막한 사람에게, 편지큐레이터가 초대하는 실용적이고 다정한 서간체 글쓰기의 세계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편지로 글 쓰면 좋은 이유 ●
① 문장 구조를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쓰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쉽게 글로 옮길 수 있다. 글쓰기 초심자에게생각을 문장으로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수정은 차후의 문제다.
②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받는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독자가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글을 평가받는 일이기도 하다. 이때 가족이나 친구, 아는 사람 한 명이 읽는다고 생각하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
③ 한 편을 써도 다양한 시선으로 쓸 수 있다
일기는 흔히 ‘나’에게 쓰는 글이라고만 생각하지만, ‘특정 인물’을 향한 편지를 일기로 대신할 수 있고, 『안네의 일기』처럼 ‘일기장’에 이름을 붙이고 쓸 수 있다. 서평을 쓴다면 ‘주인공’ 및 ‘등장인물’에게, 작품 속 ‘사물’에게, 같은 책을 읽을 ‘다른 독자’에게, 책을 쓴 ‘작가’에게 쓸 수 있다. 이렇듯 똑같은 글을 쓰더라도 수신인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 글감과 시선이 풍부해진다.
④ 다정한 글을 쓸 수 있다
누군가의 편지를 받았을 때, 맞춤법이나 문장 구조를 일일이 따져가며 분석하는가? 그렇지 않다. 나를 향한 글쓴이의 마음이 그 어느 글보다 잘 느껴지고, 나 역시 답장을 보내고 싶어진다. 읽는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 다정한 문장에 감화되는 것이다. 다정한 글은 읽는 이의 마음밭에 오래오래 남고, 책이 된다면 스테디셀러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