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른들과 다르길 바라!
경제 성장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쭉 뻗은 아스팔트로 세상 전체를 뒤덮으려는 어른들에게 숲은 그저 장애물일 뿐이에요. 더 많은 공장을 세우고, 더 많은 물품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하려면 숲 따위는 이제 필요 없어요. 그러나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위대한 숲에 사는 숲 요정들은 여기저기 초록이 씨앗을 심어 어른들 계획을 방해해요. 땅에 심은 작은 씨앗은 새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워 커다란 나무가 되어 가죠. 하지만 인간의 욕심만큼이나 무자비한 불길이 집요하게 나무를 태우고 심지어 숲 요정들이 숨겨 놓은 씨앗까지 남김없이 태워 버려요. 숲 요정들은 인간의 불길을 피해 씨앗을 지켜 초록이를 키우려 애쓰지만 자연과 숲이 사라져 가는 세계에서는 제때 비도 내리지 않아 숲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에요. 그리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시작했으니까, 그들이 멈추게 해야 해.”라고요. 숲과 씨앗을 불태우고, 남의 일인 양 무관심하게 지나치고,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 외면하는 인간들이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 또한 그들뿐입니다.
숲 요정은 다시 희망을 걸어 보기로 해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믿어 보기로 하죠. 그리고 마법 같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자라나라, 자라라, 어서 자라거라.” 아이들의 순수한 관심과 따듯한 마음과 요정들의 간절한 바람을 품은 씨앗들은 자신의 몸을 부풀려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요.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 곳곳에서 자라난 새싹들은 줄기를 뻗어 건물 전체를 거대한 숲으로 만들어 가요. 이를 목격한 수색대와 수색대를 움직이는 인간들은 더 많이 더 강하게 불길을 쏘아 댑니다. 하나둘 모인 아이들의 관심은 어른들 마음을 움직이고, 씨앗과 나무를 향한 놀라움과 희망은 점점 자라납니다. 과연 숲 요정의 마지막 희망은 집요한 불길을 피해 위대한 숲을 지켜 낼 수 있을까요?
관심과 따듯한 마음에서 피어난
수많은 위대한 씨앗에 관한 이야기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만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마르타 쿠닐은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가장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자에게 다가갑니다. 화려한 듯하지만 절제된 색감은 대립의 긴장감과 화합의 평온함을 절묘하게 보여 주고, 절망으로 가는 불길을 시작으로 하나씩 뻗어 나가는 식물 줄기를 지나 희망으로 가는 빗방울까지 쉬지 않고 펼쳐지는 수많은 장면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곁눈질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적재적소에 배치된 각각의 대화들은 인간 사회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솔직한 민낯이며 인간의 원초적 순수함을 일깨우는 희망이고 변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인류를 위한다며 개발과 발전에 전력을 다하는 힘 있고 돈 있는 일부 어른들에게 나무를 베는 일쯤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이 비록 필요한 산소를 고갈시키고, 평균 기온을 더욱 높이며, 도시를 점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든다고 해도요.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압니다. 숲 요정의 말처럼 “그들이 시작했으니까 그들이 멈추게 해야”만 합니다. 이들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품은 수많은 씨앗뿐이고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씨앗, 순수함을 일깨우는 씨앗,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씨앗, 진실을 알고 방향을 바꾸는 씨앗 등 씨앗이 모이면 나무도 쉬지 않고 자라고 오래된 가뭄을 식혀 줄 비를 내리게 합니다. 비를 머금은 나무는 숲을 이루고, 또 다른 씨앗을 품어 사라져 가는 숲을 살리는 희망이 되어 주지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관심 있게 보고 따듯한 마음으로 보듬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위대한 씨앗의 시작입니다.
옮긴이 서평
우리가 시작했으니 우리가 멈추게 해야만 합니다!
마르타 쿠닐의 작품은 찬란하게 아름다운 초록빛 세상이 사라져 버린 무서운 세계를 보여 줍니다. 또 마법 세계에나 나올 법한 요정들이지만,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답도 줍니다.
“그들이 시작했으니까, 그들이 멈추게 해야 해.”
맞아요. 우리 힘으로 아파하는 지구를 살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 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이면, 모든 생명의 삶터 지구는 틀림없이 다시 살아나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편안히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_ 번역가 김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