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역자의 후기
모란이 피면 모란으로, 동백이 피면 넌 다시 동백으로
나에게 찾아와 꿈을 주고 너는 또 어디로 가버리나.
인연이란 끈을 놓고 보내긴 싫었다.
향기마저 떠나보내고 바람에 날리는 저 꽃잎 속에
내 사랑도 진다.
아아 모란이, 아아 동백이 계절을 바꾸어 다시 피면,
아아 세월이 휭 또 가도 내 안에 그대는 영원하리.
- 〈상사화 〉(김병걸 작사, 김동찬 작곡, 린 노래) 중에서
2024년 새해 들어, 폴란드 작가 E. 오제슈코바와 B. 프루스의 여러 단편 작품을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B. 프루스의 단편소설 2편을 한데 묶은『비전 La vizio & 정장 조끼 La veŝto』를 소개합니다.
E. 오제슈코바의 작품들은 -장편소설 『마르타 Marta』를 비롯한 단편소설 『중단된 멜로디 La Interrompita Kanto』,『선한 부인 Bona Sinjorino & 전설 Legendo』『아보쪼 A…B…C…』- 19세기 후반의 근대 폴란드 여성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여주인공의 계몽적 서사를 통해, 당시 귀족 중심의 사회에서 평민 계급의 각성이, 그 평민을 위한 교육이 나라를 되찾고 건강한 가정을 일구는 구심점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사회의 계몽 및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려는 그 문학가의 의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나라의, 같은 시대의 작가인 B. 프루스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모두 폴란드의 탁월한 에스페란티스토- 번역가들의 활약 덕분입니다. 폴란드의 탁월한 산문작가 B. 프루스의 작품을 대하면서, 그 작품을 읽을수록 그 작가의 문체와 내용에 호감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스페란토 창안자 L. L. 자멘호프의 딸이자 탁월한 번역가 리디아 자멘호프 Lidia Zamenhof를 통해 B. 프루스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나게 됩니다.
역자인 제 생각에는 단편소설 중『비전 La vizio & 정장 조끼 La veŝto』를 먼저 소개하고, 이어, 『어린 시절의 죄 Pekoj de Infaneco』(Antoni Grabowski 번역)을 소개해 볼 계획입니다.
B. 프루스 작품은 국내에는 장편소설『인형』(상/하권, 을유문화사, 2016)이 먼저라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 폴란드 독서계에서는 사실주의 산문작가 B. 프루스의 작품이 서점가에 나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이 작품을 구해 읽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합니다. 만일 그런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이미 구입한 독서인을 찾아내, 그 작품을 빌려서라도 읽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줄로 생각했다고 하니, 오늘날 생각하면 상당한 팬들이 늘 이 산문작가의 글을 관심을 갖고 즐겨 읽었나 봅니다.
『비전 La vizio & 정장 조끼 La veŝto』에서는 작가가 『비전 La vizio』을 통해 천주교(기독교) 신앙과 도덕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볼 수 있고, 『정장 조끼 La veŝto』에서는 청춘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한 폭의 화폭에 담듯이 그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 작품의 독후감을 보내시려는 독자가 있다면, 역자 이메일(suflora@daum.net)로 보내주시면, 기꺼이 읽겠습니다.
역자의 번역 작업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E. 프루스 작가의 다른 단편 작품 『어린 시절의 죄 Pekoj de Infaneco』도 연이어 소개하는 진달래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년 3월 10일.
동백꽃이 피고 지는 쇠미산 자락에서 장정렬 씀
편집실에서
새로운 봄을 맞아 진달래 출판사에서 4월에 3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합니다. 115권째 책은 에스페란토 창안자의 막내딸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며 에스페란토 홍보에 짧은 생애를 바친 리디아 자멘호프의 번역 소설 2편을 장정렬 선생님의 번역으로 묶어서 발간합니다.
볼레스와프 프루스 (본명: 알렉산더 그오바츠키, 1847 - 1912)는 폴란드의 소설가이자 폴란드 문학과 철학사에서 선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비전》은 1899년 5월 22일에 쓴 단편소설이며 어린 환자를 둘러싸고 의사와 가난하고 힘든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비전을 주는 희망으로 은유되어 있습니다.
《정장조끼》는 1882년에 쓴 단편소설이며 단편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가난한 바르샤바 주민들의 일상을 스케치한 작품입니다. 정장조끼의 현 주인인 서술자는 원래 주인과 그의 아내의 삶을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합니다. 이 이야기는 체코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히브리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슬로바키아어, 에스페란토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번에 진달래 출판사에서 단편소설 2편을 한데 모아 『비전 & 정장 조끼』를 에스페란토-한글 대역본으로 소개합니다.
이 책을 통해 에스페란토 학습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이 3권의 작품을 번역한 장정렬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더 많은 번역가가 나오길 소망합니다.
- 진달래 출판사 대표 오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