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로 읽어도 함께 읽어도 좋은 〈봐도 돼?〉의 짝꿍 책, 〈그거면 돼!〉
〈그거면 돼!〉는 숲속에서 제일가는 장난꾸러기 여우와 수줍음 많은 토끼라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봐도 돼?〉의 짝꿍 책입니다. 일본에서는 무려 12년 만에 나왔지요. 이는 여우와 토끼의 이야기를 기다린 사람이 무척 많았다는 증거입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기관에서 추천을 받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봐도 돼?〉와 〈그거면 돼!〉는 각 권의 완성도가 뛰어난 단행본입니다. 책을 따로 읽어도 이야기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지요. 무엇을 먼저 읽든, 무엇을 읽지 않든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작을 읽은 사람은 친구가 생겨 조금은 달라진 여우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따로 읽어도 좋고 함께 읽어도 좋은 짝꿍 책입니다.
●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내 마음’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인정받고 싶다.’는 감정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흔히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기만족으로 시작해 스스로 만족하기만 하면 좋았던 일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괴로워지기 시작하지요. 열심히 해도 정말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하고, 결과물은 점차 마음에 들지 않게 되는 무서운 경험! 〈그거면 돼!〉의 여우가 바로 그런 상황에 빠졌습니다.
여우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자기 마음에 들도록 멋있다고 생각한 부분을 더 멋있게 그리려 노력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살쾡이에게는 이상한 그림이라며 놀림 받고, 오리는 숲속 전시회에 그림을 내보라고 하면서도 선 밖으로 색칠이 삐져나오지 않게 더 노력하라고 하지요. 열심히 그린 그림을 본 살쾡이와 오리의 반응이 좋지 않으니, 여우는 씩씩거리며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엄청난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려도 그려도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엄청나다고 말할지, 이번에는 인정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어 그림 그리는 법을 잊어버리지요.
풀이 죽었던 여우는 토끼와 대화하며 그림을 그릴 때의 즐거움과 기쁨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토끼는 여우의 말을 받아 “여우 네 그림이 정말 좋아.”라며 진심 어린 말을 건네지요.
〈그거면 돼!〉는 여우와 토끼를 통해 아이들에게 ‘서툴러도 괜찮아. 그거면 돼! 너는 지금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라고 말해줍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좋다고 말해주지요. 타인의 평가와 줄 세우기에 지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 나를 생각해주는, 나를 알아주는 친구의 소중함
여우가 기운을 차리고 즐겁게 그림을 그려 다른 아이들도 웃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건 물론 토끼 덕분입니다. 하지만 토끼가 여우를 위해 엄청난 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외려 여우가 살쾡이에게 놀림 받아 도망친 토끼를 위로해주기 위해 쫓아갔으니까요.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고 아무도 멋지다고 말해주지 않을 것 같던 그림도 토끼는 소중히 여겨주었다는 걸요.
토끼는 그림의 완성도나 실력을 보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인 여우가 즐겁게 그린 그림이기에 그 모습 그대로를 소중히 대했지요.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정성을 들인 작품을 존중하고 아껴주는 친구가 있었기에 여우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놀림당한 토끼를 위로해주기 위해 풀 죽은 것도 잊고 달려간 여우, 그림에 담긴 마음과 즐거움을 알아준 토끼. 아이들은 〈그거면 돼!〉를 읽으며 친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나는 어떤 친구인지, 또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 매 페이지 그림이 아름다운,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을 위한 책
오랫동안 그림책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해 온 하타 고시로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여우와 토끼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표정과 동작이 무척 풍부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굉장히 쉽게 그린 듯한 그림 속에 거장의 시간이 담겨있는 셈이지요. 거기에 더해 여우가 그린 그림들은 책의 설정대로 크레용으로 그렸다는 걸 강조해 그림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그거면 돼!〉는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을 위한 짧은 읽기책입니다. 글자 크기도 크고, 줄 간격도 넓고, 매 페이지 그림이 들어가 읽기책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읽기 좋은 책이지요. 흑백 그림이 많아 컬러 그림에 익숙한 아이들이 추후 글자가 많은 읽기책에 더욱 자연스레 익숙해지게 하는 마중물 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