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의 문구 제조회사 고쿠요가 일과 삶의 변화를 연구하는 이유는?
자율과 협동, 도시와 로컬, 개인과 조직이 보여주는 일의 미래
100년 역사를 가진 일본의 문구류 및 오피스가구 제조회사 고쿠요 주식회사.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고쿠요에서는 독특하게도 40년 전부터 라이프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요코쿠(예고)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하고 있다. 왜일까? 문구 제조회사에서 왜 미래의 변화를 연구하고 ‘예고’하는 것일까?
문구와 오피스가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일과 삶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고쿠요는 ‘좋은 품질의 상품이 사람들에게 만족을 준다’라는 과거의 이념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물질적 충족만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시대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하여 직접 미래에 대한 힌트를 찾고 바람직한 사회를 그려보는 것이다.
고쿠요가 그리는 대안적인 사회는 바로 모두의 개성이 존중받는,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서로 연결되는 사회다. 자율과 협동이 함께하는 ‘자율협동사회’가 이 책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으로, 이를 실천하며 자신의 손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무대는 베트남부터 인도, 대만, 한국, 일본까지 아시아 5개국이다. 먼 서구 사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부터 살펴보자는 것이다.
구성원의 행복을 자본으로 성장하는 조직
예를 들어 베트남의 ‘댓푸드’는 베트남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농업 종사자들과 협업하며 이들이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곳에서는 ‘매 순간 모든 사람이 행복한 조직’을 슬로건 삼아 외부 고객의 만족도를 생각하기 전에,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 댓푸드의 인턴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의 경력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먼저 찾도록 한다. 회사를 잘 알기 위해 영업, 개발 등 각 부문을 돌면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고, 이 경험을 통해 개인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발견하도록 한다. 이렇게 나 자신과 조직을 먼저 이해한 뒤에, 어떤 부문에서 배워나가고 싶은지 정한다. 댓푸드는 팀원들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곁에서 지원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말한다.
나머지 4개국의 조직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운영 방식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언급한다. 인도의 ‘샵키라나’는 900만 개나 되는 소매점의 고충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B2B 사업을 통해 동네 상점의 발주와 재고관리를 돕고, 13억 인구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해녀의 부엌’은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목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해녀의 부엌은 레스토랑을 통해 해녀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삶을 알리기를 꿈꾼다. 이들 모두 거창한 사칙이나 목표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개선하여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부터 살핀다. 개인이 가진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 실린 5가지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미래의 일하는 방식, 삶의 방식을 이끌 ‘자율’과 ‘협동’이란 키워드가 조금씩 선명해질 것이다.
이 책을 쓴 요코쿠연구소의 ‘예고(요코쿠)’라는 이름에는 개인의 존재를 배제한 객관적인 예측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살고 일하고 싶다’라는 주관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주체적으로 미래를 예고하고, 꿈꾸는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