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의 가곡 「봉숭아」(1920).
2024년 새해 들어, 폴란드 작가 오제슈코바의 여러 단편 작품을 읽었습니다. 이번 번역작품으로 이 작가의 명작 『아보쪼 A…B…C…』를 소개합니다.
역자는 오제슈코바의 장편 소설『마르타 Marta』(산지니 출판사, 2016년) 작품을 먼저 읽으면서 19세기 후반의 근대 폴란드 여성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아보쪼 A…B…C…』는 나라를 잃은 설움 속에, 온 나라가 제국의 언어 러시아어를 배워 쓰도록 강요받은 국민에게 자신들의 국어 폴란드어를 널리 배워 쓰도록 하려는 폴란드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발표된 지 47년 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의 동아일보에 실린 심훈의『상록수』작품을 떠올리게 합니다.
『상록수』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한글 문자 보급 운동과 농촌 계몽운동을 했던 1930년대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평가하는 글을 소개합니다.
“신문사의 이와 같은 문자 보급 운동, 농촌 계몽운동 노력을 반영한 문학작품이 신문에 많이 실렸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심훈의 『상록수』(1935. 9. 10.∼1936. 2. 15. 연재)이다. 이 소설은 동아일보사가 창간 15주년을 기념한 공모에서 당선된 장편소설인데 문자 보급 운동이 소재가 된 소설이다.”
『아보쪼 A…B…C…』는 『상록수』가 발표되기 47년 전, 1888년 작가의 단편소설집 『W zimowy wieczór(겨울저녁에)』 속에 〈A…B…C…〉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이 작품은 1909년 폴란드 에스페란티스토인 프란치스크 엔데르(Franciszek ENDER: 1858-1939)에 의해 에스페란토로 번역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제 나라에서 제 나라말로 소통하는 사회야말로 독립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폴란드인도 즐겨 읽는 고전이 된 이 작품은 역자에게는 서양에서 배우는 독립정신, 애국정신, 국어 사랑 정신이 깃든 작품입니다. 이 번역작품이 폴란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를 역자는 희망합니다.
혹시 이 작품의 독후감을 보내시려는 독자가 있다면, 역자 이메일(suflora@daum.net)로 보내주시면, 기꺼이 읽겠습니다.
역자의 번역 작업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오제슈코바 작가의 에스페란토로 번역된 단편 작품들- 『중단된 멜로디』, 『선한 부인 & 전설』과『아보쪼 A…B…C…』-중 마지막 작품을 소개해 주는 진달래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년 3월 8일 밤….
세계여성의 날에 장정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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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폴란드의 유명한 작가 엘리자 오제슈코바의 장편소설 『마르타 Marta』가 산지니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이후 실력있는 에스페란티스토 Kabe가 작가의 소설 『중단된 멜로디 La Interrompita Kanto』,『선한 부인 Bona Sinjorino & 전설 Legendo』을 에스페란토로 훌륭하게 번역한 것을 장정렬 선생님이 에스페란토에서 우리말로 번역, 진달래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작가가 쓴 단편소설 『아보쪼 A…B…C…』를 프란치스크 엔데르가 에스페란토로 번역하였고 장정렬 선생님이 우리말로 번역하여 에스페란토-한글 대역본으로 소개합니다.
이 책은 1930년대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때 브나로드 운동이라고 해서 농촌봉사 활동으로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일부를 할애하여 한글 강습회 등을 실시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즉 어린아이들을 가르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요하니노 립스카(Johanino Lipska) 사례는 러시아 제국이 점령한 폴란드 땅 어디에서도 폴란드어로 폴란드어를 가르치는 것이, 심지어 알파벳까지 가르치는 것이 금지된 지난 시대를 상기시켜 줍니다. 당시 폴란드어를 가르친 사람들에게 박해와 가혹한 처벌이 있었음을 이 작품은 고발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일민족 이언어주의’로 에스페란토가 반드시 필요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에스페란토 학습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진달래 출판사 대표 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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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 오제슈코바(Eliza Orzeszko (Orzeszkowa))의 단편 소설 『A…B…C..』(1888)은 단편작품집 『W zimowy wieczór』(겨울저녁에)에 실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옛 러시아 분할 지역에 살아온 폴란드인 노년층에게는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교습소를 열어 어린아이들을 가르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요하니노 립스카(Johanino Lipska) 사례는 러시아 제국이 점령한 폴란드 땅 어디에서도 폴란드어로 폴란드어를 가르치는 것이, 심지어 알파벳까지 가르치는 것이 금지된 지난 시대를 상기시켜 줍니다. 당시 폴란드어를 가르친 사람들에게 박해와 가혹한 처벌이 있었음을 이 작품은 고발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어 작품의 원문 홈페이지 도입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