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작가로 활동 중인 법학박사 조성민(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의 감성 포토에세 ‘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개정판을 펴낸다. 개정판에는 지난 2019년부터 약 5년간 국내 명산과 아름다운 섬을 순례하며 느낀 감정들, 그리고 자연을 관조하는 과정에서 얻은 심상과 인생의 통찰이 담겼다.
저자는 “여행은 일상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즐거움과 안식을 동시에 주는 활력소”라고 강조할 정도로 여행 예찬론자다. 그에게 여행은 마음 수양을 통한 삶의 행복 추구 수단으로서, 자연을 통해 경험과 감각의 외연을 넓히고 필력을 가다듬어왔다.
저자는 평소 “나에게 여행은 귀중한 글쓰기 수업”이라 고백할 정도로 창작에 열정적이다. 그는 ‘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독자에게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저자의 관점, 특히 가슴에 담은 자연의 풍경과 추억을 활자를 통해 감각화한다. 작가 고유의 담백한 문체는 산을 오르기 전의 힘겨움, 정상을 밟았을 때의 기쁨, 산을 종주하고 난 뒤에 성취감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익숙한 자신과 만나는 것이다. 저자는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새로운 여행지로 떠났다.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던 만큼, 마스크를 쓰고 눈과 비를 헤치며 산과 섬을 찾아 얻은 깨달음을 풀어놓는 그의 감정선에는 특별함이 담겨있다. 저자에게 여행은 휴식인 동시에 그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시간이었다. 여행을 통해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단순히 기록으로 시작한 여행기가 이젠 간절히 기록하고 싶은 특별한 삶의 페이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친 일상을 떠나 신비로운 풍경과 마주하며, 자연의 이치를 맛깔나게 형상화하는 것은 깊은 내공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현장의 생동감을 살려 지명유래·지역특색·설화 등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여행코스를 따라가며 보고 느낀 정감을 독특하게 표현한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예리한 관찰력으로 전국의 명산과 섬의 진면목을 소개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탈하게 드러내는 여행기는 기존에 출간된 책들과는 차별화를 지녀 읽기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작위적이지 않다. 소박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으로 관광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행복한 삶의 키워드는 자율성이라고들 말한다. 자율성이란 스스로가 자기 운명을 결정하고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속적인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행이라는 자율적 활동으로 자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는지 모른다.
저자는 출간에 앞서 독자들에게 ‘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수많은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여 목표를 성취시키는 “역경지수”를 높이는 자세,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약지승강(弱之勝强)”, 헛된 것을 버리는 마음, 상생의 정신과 물의 겸손, 옥을 만들기 위해 원석을 자르고 문지르고 쪼고 가는 “절차탁마(切磋琢磨)”, 퇴직하고 옷을 벗은 후에도 그 사람에게 남아 있는 “나력(裸力)” 등을 메시지에 담았다고 소개한다.
또 그는 “행복은 현재라는 삶을 깊이 있게 음미할 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매일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의미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고, 현재의 소중함을 알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자연의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감성에세이 ‘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 무르익는 가을, 이 책을 만난 독자들에게 사랑과 행복이 함께하길 바란다.
2024년 3월
정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