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현상학적 분석 이론과 실제 책 소개
오늘날 한국의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연구대상의 개별적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균일화·평균화를 통한 일반적 경향을 살펴보려는 양적 연구가 압도하고 있다. 양적 연구는 법칙정립적인 것을 추구하기에 학문적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실제 생활에서도 그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양적 연구가 추구하는 그 추세나 경향 속에서, 무시되거나 경시되는 개별성 또한 존중되어야 할 연구대상이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연구방법론이 질적 연구이다. 질적 연구의 본질에 가장 적합한 것이 체험과 그것을 인식하는 의식구조의 연구로 이 점에서 공헌하는 연구방법론이 해석현상학적 분석(Interpretative Phenomenological Analysis: 이하 IPA)이다.
현상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듯이,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일을 체험하게 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IPA 연구의 목표는 이런 생각들을 활용하는 데 있다. 예를 들면 IPA는 어떤 개인의 첫 출근, 첫아이 탄생, 이민을 가거나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 부모님 사망처럼 삶에서 중요한 변화를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는지 상세히 살펴보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것들이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고, 그 개인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새겨보면서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시도 때문에 연구자에게는 IPA의 중요한 두 번째 이론 축이 필요하다. 그것은 해석하려는 노력이므로 해석 이론인 해석학의 정보가 요구된다. IPA는 인간이 의미를 생성하는 존재라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연구 참여자가 제공하는 설명은 자신이 겪은 경험이나 체험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나타낸다고 파악한다. 또한 IPA가 인정하는 사실은 경험에로의 접근이 연구 참여자가 털어 놓은 내용에 항상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연구자가 그 경험을 이해하려면 연구 참여자의 설명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IPA의 이중의 해석 활동이다. 이중의 해석적 활동이란 연구 참여자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의 설명을 통해서 연구자는 그 사람의 경험이나 체험에 접근하여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IPA는 특정 사례를 자세하게 살펴보는 일에 전념한다. 이 특정한 사람의 경험이나 체험이 무엇인지, 이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상세히 알고자 한다. 이를 IPA에서는 개별기술(idiographic)이라고 일컫는다. IPA 연구는 보통 소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체험 일부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일환으로 각 사례들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상세하게 조사할 수 있다.
이 저서에서는 IPA에서 중심이 되는 이론적 관점들인 현상학과 해석학과 개별기술을 하나하나 심도 있게 검토하면서, IPA가 그 관점들에 접근하는 특별한 시각을 보여준다. 원래 이 방법론은 그 이론적 근거를 후설(Edmund Husserl)이나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현상학에서, 또 슐라이어마허(F. Schleiermacher)와 가다머(Gadamer)의 해석학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개하는 IPA는 스미스(Jonathan Smith)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이 유용한 질적연구방법론으로 발전시켰다. 기존의 질적연구방법론에 의지하면 실제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진리에 이르는 구체적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적 작업을 위한 구체적 방도가 보이지 않으면 학문이나 이념에 대해 이상적 태도를 보이더라도 공론이나 공담이 되기 쉽고 학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이 이러한 관점에 유념하면서 저술하였기에 질적 방법론에 관한 좋은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