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전〉의 사유와 언어,
동아시아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주술적인 역점에서 인문정신으로의 혁명적 회전!
우리의 삶의 한가운데서 멀리 느껴질 수 없는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22세의 어린 나이에 〈주역 계사전〉을 통하여 득도하였고, 그 깨달음을 54년 동안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온양시켜 여기 내놓은 《도올 주역 계사전》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온 책이다.
〈계사전〉이라는 것은 본시 《주역》의 일부로서 경經을 해설한 10개의 전傳 중 2개를 차지하는 《역경》해설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해설방식이 한줄 한줄 주석을 다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를 개괄하여 논구하는 총론적 논문이래서 경문經文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 논리, 주제, 의미, 문화사적 의의 등이 망라되어 있다. 그러니까 《주역》을 일종의 점서로 이해하는 방식에 철퇴를 가하는 거대한 우주론(Cosmology)이라 말할 수 있다.
유학은 이 〈계사전〉이 없이는 “학”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할 길이 없다. 유교(Confucianism)가 그 자체로 철학으로 인정되고 동방철학사의 주류를 차지하게 된 것은 〈계사전〉 덕분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동방철학사의 거의 모든 기초개념이 〈계사전〉에서 유래되었다. 태극太極, 양의兩儀, 형이상자形而上者, 형이하자形而下者, 사업事業, 신무방神无方, 역무체易无體, 부유富有, 일신日新, 생생生生, 이간易簡, 적연부동寂然不動, 감이수통感而遂通, 사辭-변變-상象-점占, 궁窮-변變-통通-구久, 우환憂患, 유변소적唯變所適 등등 수없는 철학개념들이 「계사전」에서 정립되어 그 개념들의 해석을 중심으로 동방철학사의 다양한 학파를 형성하였다.
태극기의 어원이 〈계사전〉에 있다!
동방문명의 인문주의는 계사철학에 연원한다!
민족문화사의 위대한 성과, 《도올 주역 계사전》!!
계사를 이해하는 것은 동방철학사 전체를 이해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계사전〉은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현행본과 거의 같은 텍스트가 BC 400년경에는 확실하게 성립되었다는 사실이다(그 성립연대는 BC 400년 상·하로 조정 가능하다). 2천 수백 년 전의 묵적墨跡을 원모습 그대로 접하면서 그 내용이 주술적이고, 신화적이고, 초월적인 내음새가 전무하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동방문명의 인문주의적 깊이(humanistic depth)를 절감한다. 그리고 그것이 중국이라는 민족적 테두리에 갇힐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고조선의 사람들이 〈계사전〉 저술그룹에 참여했다는 것은 상상이 아닌 사실적 추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계사전〉의 논리에 드러나는 사유체계가 우리 조선인에게는 너무도 피부로 느껴지는 생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올 주역 계사전》은 무엇보다도 20세기 우리민족의 학문적 노력의 정화를 반영한다. 한문으로 된 고전을 우리말화 하는 데 기울인 노력이 도올 학문여정의 기본이고 기반이었다. 제대로 된 우리말 번역의 중요성을 주창하면서 도올은 8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 동양학선풍을 주도하여왔다. 이 책 《도올 주역 계사전》에는 계사철학에 대한 해설 외로도 《역경》 전체가 〈계사전〉과 함께 소화된 우리말로 번역되어 부록으로 따로 실려 있다. 재미난 단편소설집을 읽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들쳐보는 사람은 누구든지 저자의 학문적 깊이와 독자를 위한 정성어린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민족문화사의 위대한 성과이다.
〈계사전〉은 모든 실체론과 결정론을 배격한다!
오로지 변화와 생성의 철학이다!
계사와 유사한 서양철학은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이다!
〈주역 계사전〉은 20세기 후반에나 와서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과 많이 비교되었다. 즉 서양철학사의 종결에 해당되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이 동방철학의 시발점인 계사철학과 비교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계사전〉 그 자체의 필로로기적인 분석은 충분히 시도되지 않았다. 도올의 《계사전》은 계사 그 자체의 언어학적·철학적 분석에 있어서 여태까지의 주석학적 역사의 어떠한 사례에도 비교될 수 없는 걸출한 작업이며, 이에 동원된 다이아그램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화이트헤드는 실체를 거부한다. 그리고 실체는 이벤트들의 계기로써 연속되는 과정임을 말한다. 〈계사전〉 역시 화이트헤드보다 2천 4·5백 년 전에 실체를 거부하고 변화만이 유일한 실상임을 말한다. 불교처럼 변화를 수용하고 적정寂靜의 세계로 초탈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계사의 저자는 변화 즉 역易 그 자체가 궁극적으로 긍정의 주제임을 말한다.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든 인문학적 과제상황, 그리고 인간학적 주제상황, 인생론적 목표상황을 찾아야만 한다.
인류철학사는 계사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도올 주역 계사전》으로 새 시대를 개벽하자!
〈계사전〉의 철학은 인류역사에 본질적으로 이해된 적이 없다. 도올의 《계사전》은 철학서로서의 계사의 깊이를 논구하는 최초의 서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야스퍼스가 말하는 추축시대의 철학이 지난 2천 년 동안의 철학흐름을 지배해 왔다고 말한다면, 이 서물은 앞으로 다가올 2천 년의 인류철학사를 지배하고도 남을 눈부신 사유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도올 주역 계사전》의 첫 페이지에 눈을 옮기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