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글
미래 도시건축의 상상에
날개를 펴는 세 가지 질문
책은 1장 ‘무엇이 도시를 바꿀까?’, 2장 ‘도시는 어디까지 커질까?’, 3장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서 살까?’의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된다. 과거, 현재, 미래를 가로지르며 세계가 앞둔 변환의 핵심을 찌르는 세 가지 질문은 우리 도시 공간의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상세한 길을 안내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위한 ‘메가시티 네이션’ 전략의 근거이자 바탕이 될 현재의 변화와 기술들을 소개했다. 이에 비추어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도시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느 동네, 어떤 집에서 누구와 함께 살며 어떤 저녁을 맞이할지 가정하여 상상해보자. 이제부터 소개되는 짧은 생각들이 그 상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여러분의 질문과 고민, 그리고 발견을 끌어낼 것이다.”
- ‘프롤로그: 하나의 도시, 하나의 국가’, 29쪽
“무엇이 도시를 바꿀까?”
변화는 시작됐고, 혁신이 필요하다
1장은 데이터 마이닝 기술로 도출한 미래 도시건축의 핵심 키워드를 소개한다. 교통물류, 디지털 변환, 탄소중립, 인구변화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 도시가 맞아들일 변화를 설명하고 가능성을 전망하는 한편 네옴, 텔로사 등 실제로 계획된 미래도시의 사례를 살핀다.
“도시는 어디까지 커질까?“
세계 속 메가리전의 부상과 한반도의 가능성
2장은 메가리전(megaregion)이 미래 도시건축 변환의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메가리전은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이익을 통해 경제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고, 다양한 문화와 자원을 공유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 지역 공간 집적체다. 책은 전 세계 29곳의 메가리전 중 주요 선진국의 메가리전과 중국, 일본과 같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10곳의 메가리전을 선정해 ‘글로벌 10 메가리전’이라 규정하고 이들의 규모와 특징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인구, 국내총생산, 기업, 대학, 문화, 교통 등의 지표 분석을 통한 상대적인 경쟁력과 역량을 파악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의 국토를 다시 돌아보는데, 글로벌 10 메가리전의 규모와 서울-부산의 직선 거리를 고려할 때 한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가리전을 형성할 수 있는 토양이라는 것이다. 즉 한국을 ‘서울-산’이라는 하나의 초거대도시권으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한 전략이라고 천명한다.
“글로벌 10 메가리전의 크기를 대한민국의 면적과 비교해 보면, 그 물리적 규모를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징진지 지역의 경우 남한 면적의 3배, 상하이권은 4배, 미국의 보스워시는 4배, 시카고의 그레이트 레이크 지역의 경우 거의 8배의 면적에 육박하는 물리적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가리전을 형성할 수 있는 규모임을 확인할 수 있다.”
- 2장 ‘도시는 어디까지 커질까?’, 136~137쪽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서 살까?”
한국의 현주소와 변화를 위한 전술
3장은 한국 국토 공간의 현재를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국을 수도권, 대전-충청권, 대구-경북권, 광주-호남권, 부울경권으로 나눈 뒤 살펴본 야간 인공위성 사진, 지역내총생산, 경제·대학·교통 인프라 등의 조사와 매핑 결과는 대도시권과 그 밖의 지역 간의 양극화와 지방 소멸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천의영은 “국토 공간 주요 지역에 일자리와 놀이 요소를 마련하고 전국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업무, 교육, 의료, 쇼핑, 문화 등 도시의 핵심 프로그램들이 집적되고 저탄소화, 자동화, 서비타이제이션의 미래 트렌드가 실현된” ‘압축거점’의 필요성, 나아가 압축거점의 개발수익을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식의 재편된 개발 방식을 주장한다. 압축거점에 중심 인프라를 집적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한국을 하나의 ‘도시국가’ 시스템으로 구축하자는 것이 ‘메가시티 네이션 한국’이 전하는 핵심 전략이다.
“현재 국토 공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일자리와 놀이 요소를 포함한 핵심시설이 수도권에만 몰려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는 그만큼의 인프라와 밀도의 거점이 부재하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며 가속도가 붙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 공간 주요 지역에 일자리와 놀이 요소를 마련하고 전국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압축거점이 필요하다.“
- 3장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서 살까?’, 170쪽
상상을 넘어선 사례 연구
압축거점 도시모형 ‘디봇시티’
그렇다면 한국에서 압축거점 도시모형은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까? 천의영은 한국의 대전-충청권 지역을 대상지로 삼아 교통과 산업 등의 현황 분석과 다방면의 모형 실험에 기반한 실현 가능한 압축거점 도시모형을 제시한다. 디봇시티의 사례 연구에서 독자는 지역과 지역이 미래 교통 수단으로 연결되고, 높은 용적률을 기반으로 주거·교육·경제·문화 등의 활동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며, 자연환경과 도시 공간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압축거점과 미래도시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고속도로 교통과 철도교통이 호남과 영남으로 갈라지는 결절점에 주목해 두 지역이 용이하게 연결되는 교통 중심지를 핵심 압축거점으로 개발함으로써 대전, 청주, 세종, 공주를 잇는 인구 300만 명 이상의 대전-충청권 메가리전 구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3장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서 살까?’, 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