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독설은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논법이었을 뿐이다
쇼펜하우어, 그는 진정 비관주의자였을까? 사람들은 흔히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에 대하여 세상을 삐딱하게 보고 삶 자체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염세 사상가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플라톤과 인도 베다 철학의 영향을 받아 염세주의를 기조로 하는 그의 철학적 인식의 방법은, 19세기 후반의 세기말 현상에 편승되어 널리 보급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이른바 ‘염세주의 철학자’라 불리는 쇼펜하우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해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랄프 비너는 대표적인 염세 사상가인 쇼펜하우어를 유머와 재치, 위트가 넘치는 재기발랄한 철학자로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저작과 편지 글들, 특히 유머가 넘치는 글들을 모아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설명함으로써 결코 그가 염세주의자가 아니라 낙관주의자임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철학자의 저서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그 사람의 사상을 논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일갈한 쇼펜하우어가 알게 되면 까무러칠 일이지만, 그가 저술한 책 중에서 단 한 페이지만 읽어도 그의 철학 사상을 읽어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그만의 색채가 분명하고 확실하다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끊임없이 쏟아지는 익살스러운 멘트와 조소하는 비유, 그리고 노골적인 풍자는 그동안 쇼펜하우어가 보여주었던 염세주의적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다. 그리고 쇼펜하우어가 퍼붓는 독설은 매우 절묘한 유머와 신랄하고 전투적인 재치에서 솟아난다는 것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그의 도발적인 공격은 두려움의 대상이며 아무것도, 아무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가장 심오한 철학적 문제들까지도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일상사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이로써 쇼펜하우어는 우리에게 잔잔한 웃음과 깨달음의 행복한 낙관주의적 인생철학을 선사해 준다.
이제 세상을 향해 웃어라!
쇼펜하우어의 재치는 매우 독특하다. 그것은 그의 개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의 전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학술 논문은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주요 추종자들이었던, 프리드리히 니체와 쇼펜하우어 학회의 창립자이며 초대 회장이었던 파울 도이센(Paul Deussen)조차도 쇼펜하우어의 그런 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더욱이 대부분의 철학서적들은 그러한 현상을 대개 ‘논제의 심각성에 배치되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 철학과 재담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쇼펜하우어 스스로가 이 책에서 그러한 태도의 잘못을 증명해 주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이 주제에 관한 자신의 논문인 「웃음론」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저서 전반에서 유머라는 정신적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그를 세계 문학의 위대한 유머가로 분류한다면 그는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초판 서문의 한 구절이 웅변적으로 증명하듯, 그는 인생의 유쾌한 면에 탐닉하는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의 가르침과 그의 삶 사이의 모순을 지적할 수도 있다. 철학자가 성인(聖人)은 아니지 않는가? 그의 정치적 오판은 1848년의 혁명에 대한 그의 태도 등을 통해 증명할 수도 있다. 또한 그를 ‘여성 혐오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쇼펜하우어는 언어의 대가로서 모든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과 마치 피아노를 치듯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에 인용된 쇼펜하우어의 글들이 백 년도 더 된 과거에 씌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짧게 주의를 환기하거나 은근한 논평을 하면서 이런 연상을 조장했으며, 정선된 사진들과 재미있는 삽화들은 이 책을 완벽하게 마무르고 있다. 이 책은 유머와 위트와 풍자와 결합된 예리한 통찰을 독자들한테 풍부하게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