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의 복합체이자 콘텐츠 아이템의 집합체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를 살았던 개인들은 밈을 거의 접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인터넷 밈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강남스타일」, 「아기상어」, 개구리 페페, ‘Black Lives Matter’는 수많은 밈 버전으로 만들어져 널리 퍼져나갔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밈의 창조성과 전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밈 창작자들은 이미 알려진 소재를 변형하고, 리믹스하고, 그 맥락을 비틀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들에게 감정적인 공유 영역을 형성하는 밈의 특성을 상업적 마케팅과 정치적 캠페인에 사용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웹2.0과 네트워크화된 개인에 뿌리를 둔 밈 문화는 자유로운 표현 공간을 열어준다. 인터넷 밈은 아무런 규칙 없이 변화하고 파생되지만, 문화 생산자인 개인들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문화 창조 욕구를 드러낸다.
단순한 ‘짤’을 넘어 유명한 뮤직 비디오의 패러디, 특정한 춤동작 흉내 내기, 포토샵으로 이미지 변경하기, 기존 미디어 콘텐츠의 리메이크와 맥락 바꾸기, 립싱크를 이용한 립덥, 잘못 들린 외국어 가사를 비디오 자막에 넣기, 영화 예고편 재편집하기를 아우르는 밈은 아이디어의 복합체이자 콘텐츠 아이템들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모방과 리믹싱이 떠받치는 참여문화
환원주의적 접근과 학계의 조롱을 넘어
밈 문화를 유전자 일부가 확장된 표현형이자 유전자가 만들어낸 인공물이라고 설명하는 방식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진화유전학적 관점은 밈을 재창작하고 변형하고, 전복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자율적이고 독창적 창작자인 개인들의 개입을 망각한다. 개별 유기체인 개인들은 밈을 수용하거나 거부하거나 변형할 수 있고, 저마다 다른 가치와 문화적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다. 밈을 살펴보면 독특한 개성, 비판적 목소리, 조롱, 유머를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밈 현상을 생물학적 사실과 이론으로 해석하려는 환원주의적 접근은 ‘인터넷 밈의 하위문화’가 만들어낸 광활하고 드넓은 밀림 속에서 설득력을 잃고 만다.
인터넷 밈은 단지 웃음거리, 일탈적 표현이나 하위문화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수단이자 역동적인 사회적·정치적 참여 방식이 되었다. 사용자들은 밈을 통해 부당한 정치적 현실을 유쾌하게 비틀고, 비판하고, 사회적 부조리를 조롱하면서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를 원한다. 저자는 사용자들에 의한 모방과 리믹싱은 ‘참여문화’를 떠받치는 기둥이며, 인터넷 밈은 21세기에 발생한 사건들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밈을 커뮤니케이션학과 연결하는 데 회의적인 학계와, 밈에 대해 열정적인 대중 담론 간의 커다란 간극을 좁히기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