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에게 그 시절을 견뎌 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최은영 (소설가)
저자는 거식증이 단순히 외모에 대한 집착에서 기인하기보다 스스로를 오롯이 사랑할 수 없는 고통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 준다.
김현아 (의사,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저자)
58kg, 52kg, 48kg, 42kg……
얼마나 살을 빼야 사랑받을 수 있을까?
바쁘고 똑똑한 부모님에게 인정받으려면, 나랑 사귀는 걸 비밀로 하는 남자 친구의 마음을 돌리려면, TV 속 연예인처럼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면, 우선 살부터 빼야 하지 않을까? 그저 평범하게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 청소년기의 저자가 거식증으로 한 발 한 발 이끌리게 되었던 과정은 독자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서 외모 관리는 ‘자기 관리’의 일환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여겨지고, 몸은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의 시선과 반응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며 자아를 형성하는 청소년기에는 사회적으로 획일화된 기준이나 통념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쉽다.
‘인정받고 싶어. 예뻐지면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예뻐지면 공부를 좀 못해도 괜찮을 거야……. 그러려면 살부터 빼야 하지 않을까?’ -본문 30면
섭식장애를 둘러싼 사회적인 맥락과 동시에, 저자는 섭식장애가 자신의 개인적인 상처와 자존감과 어떻게 얽혀서 자라났는지를 세밀하게 복기한다. 가족과도, 친구와도 온전히 터놓고 나누지 못했던 일상의 압박과 아픔은 병으로 깊어져 몸과 마음을 서서히 무너뜨렸다. 그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을 저자는 시간이 흐른 지금 아직 늦지 않았다는 듯 용기 내어 들여다본다. 외로이 분투하던 열네 살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어딘가에서 그때의 자신처럼 아파하고 있을 또 다른 이들을 위해 찬찬히 말을 건넨다.
투병의 시간을 겪으며 돌아본 열네 살의 마음
다시 살게 하는 용기에 대하여
어느 날 찾아온 우울증과 거식증은 나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늘 주변의 반응에 신경 쓰며 뭐든 잘하고 싶었던 나는 투병의 시간을 통해 이러한 욕구가 나를 위한 마음이 아님을 깨달았다. -본문 141면
학교에서 받은 따돌림, 도망치듯 떠난 가출, 자살에 대한 생각,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한 자해 등 섭식장애와 얽힌 청소년기 저자의 방황이 독자 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 책은 청소년 사이에서 흔한 일이 되었지만 제삼자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자해’와 같은 일들에 다가서는 좋은 창구가 되어 준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었음에도 열네 살의 저자가 20대를 맞이하기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회복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저자가 바래고 해진 과거의 기억을 꺼내 놓으며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은, 존재의 부족함과 열등함에 맞서 싸워 온 내밀한 시간이다. 그는 자신을 한없이 움츠러들게 했던 사회적 압박과 마음의 병을 완벽하게 벗어 던지지는 못했지만, 스스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한층 강해지고 의연해졌으며 무엇보다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우울을 일거에 극복하거나 떨쳐 낼 수는 없지만 다만 조금씩 나아지면 된다는 희망이 따스하게 전해진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청소년기의 우울과 섭식장애에 대하여
청소년기 우울과 섭식장애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 차열음은 10대 시기에 경험한 우울과 방황을 돌아보려는 이들과 지금 이 순간 그 고통을 앓고 있는 청소년 당사자 및 가족들이 함께 읽기를 바라며 이 책을 집필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를 최소화한 것도 그에 따른 일이다. 백초윤 일러스트레이터의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은 차열음의 글과 어우러져 한층 깊이 있게 마음을 울린다.
본문 곳곳의 ‘생각 잇기’에는 저자가 병을 겪으며 깨닫고 또 공부했던 내용을 담았다. 병에 대해 아는 것은 병에 맞서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저자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인지적 편향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얻었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인간 욕망의 단계, 인지 행동 치료 등 여러 정보들과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주변인을 대하는 태도 등 저자가 고민한 내용들이 ‘생각 잇기’에서 펼쳐진다.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소중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