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수많은 교육 저작들 가운데 장 자크 루소의 《에밀》만큼 교육의 사상적·실천적 행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책도 없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현대 독자들이 읽기에 쉽지 않다. 총 5권 900여 쪽에 달해 분량이 방대한 데다 루소 특유의 글쓰기 방식으로 인해 논점에서 자주 벗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의 교육학자 윌리엄 보이드(William Boyd, 1874~1962)가 루소에 대한 능숙한 안내자로서 원전의 분량을 줄이고 산만함을 덜어내 가독성을 높였다. 또한《에밀》의 본문 내용을 주제별로 쉰네 가지 장으로 구분해 각각 표제어를 달아 목차만 일견해도 《에밀》의 전체 내용을 개괄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책 앞에는 루소 서문의 서문 격인 프롤로그를, 책 뒤에는 해제에 해당하는 에필로그를 달고, 각 부마다 도입부에 머리말을 두어 현대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에밀》은 일종의 교육 소설이다. 루소는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 결혼하는 일련의 성장 과정을 아이의 사회·심리적 발달 정도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어 이야기했다. 제1부 유아기에서는 유아 교육에 관한 논의를, 제2부 소년기에는 에밀이 열두 살 때까지 받는 소극적 교육을 담았다. 소년기에 아이는 아직 이성이 잠 깨어나지 않았으므로 아이의 감각을 훈련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제3부 전(前) 청소년기는 아동기와 사춘기 중간 시기의 교육을 다룬다. 감각의 지배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도덕적 통찰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기로서 자기충족적인 삶의 유용성 원칙이 적용된다. 제4부 청소년기는 아이가 어른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시기의 교육을 논한다. 이 시기에 아이는 성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이성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며, 자기중심성을 탈피해 사회적 감정이 싹트고, 점진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 이때 도덕적인 세계로 들어가 주변인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데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제5부 결혼은 청소년기의 마지막 단계다. 에밀을 참된 의미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만들어 주는 결혼과 그에게 어울리는 여성을 자연의 방법에 따라 교육하는 문제를 다룬다.
루소는 《에밀》의 가치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밝혔다. “우리의 교육 논고들에서는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의무들에 대해서만 길고 지루하게 이야기할 뿐, 정작 아이들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곤란한 지점, 즉 그들이 아동기에서 성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와 그 위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 나의 책이 가치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침묵했던 그 시기를 논함에, 내가 그릇된 점잔을 빼거나 표현의 어려움을 핑계로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충분히 다루었기 때문이리라.” 여기서 루소가 말하는 ‘과도기’는 청소년기를 말하는 것이고, 그 ‘위험’은 이 시기를 특정하는 사회·심리적 발달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밀》이 출간되고 몇 세기가 지나면서 루소가 말했던 ‘과도기와 그 위험’에 대하여 충분한 과학적 지식이 축적되었다. 그만큼 《에밀》에서의 루소의 주장도 식상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참신함이 퇴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엮은이 윌리엄 보이드는 《에밀》에 나타난 자연인과 시민의 불완전한 조화로부터 20세기 대중민주주의 사회의 교육적 과제를 끄집어낸다. 그의 이러한 논의는 21세기 후기자본주의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 우리는 무지와 탐욕이 이성과 양심을 대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자본 축적의 논리로 수렴되는 냉엄한 현실에서 《에밀》에서 루소가 강변했던 인간성의 회복의 가치는 불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