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생명, 4억 년의 이야기
TV나 수족관에서 상어를 본 적이 있나요? 수족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가끔 산호초 속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물속에 가만히 떠서 쉬기도 하는데 물속에서 가만히 쉬는 상어는 거의 보지 못했을 거예요. 상어가 쉬지 않고 늘 헤엄을 치는 이유가 있어요. 다른 물고기들과 숨 쉬는 방법이 달라서 계속 움직여야만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고기는 어떻게 숨을 쉬는 걸까요? 물고기도 우리와 똑같이 산소를 마시고 노폐물인 이산화 탄소를 내뱉으며 숨을 쉬어요. 폐를 이용해 공기 중의 산소를 마시는 우리와 달리 물고기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아가미를 통해 흡수하는 아가미 호흡을 하는 거지요. 그런데 보통의 물고기들은 입을 열고 닫을 때 아가미뚜껑 통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이용해서 산소의 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가미뚜껑이 없는 상어는 직접 몸을 움직여야만 물을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숨을 쉴 수 있는 거예요. 상어가 그물에 걸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면 물속에 있는데도 질식해 죽고 마는 이유입니다.
상어가 쉬지 않고 헤엄을 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상어에게는 부레가 없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물고기는 몸속에 부레가 있어서 물속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멈춰 설 수도 있고, 앞으로 전진하지 않아도 같은 수심에 머무를 수 있지요. 하지만 부레가 없는 상어는 같은 수심에 머물려면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을 쳐야 해요. 움직임을 멈추면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부레 이야기에는 생명의 진화에 대한 좀 더 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물속에서 생활하는 데 꽤 유용하고, 대부분의 물고기에게 있는 부레가 왜 상어에게는 없을까요? 부레는 폐와 기원이 같은 기관이라고 해요. 바다에서 살았던 물고기가 육지에서 사는 모든 척추동물의 조상이니, 물고기의 부레가 육지 동물의 폐로 진화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런데 부레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놀랍게도 폐가 진화해 부레가 된 것이거든요. 물고기의 부레 속에는 바다에서 밀려나 민물로 향했던 물고기, 민물에서도 밀려나 완전히 낯선 곳인 육지로 나섰던 물고기,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다시 바다로 돌아온 물고기, 힘들지만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 낸 물고기까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물고기들의 여러 사연이 담겨 있다고 해요.
상어는 4억 년 전 지구에 처음 나타나서 지금까지 바닷속 최강자 중 하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4억 년의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바다 동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상어는 바닷속을 굳건히 견디며 오늘까지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상어는 어떤 특징이 있길래 그 긴 세월을 바닷속에서 살아남은 걸까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바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지금부터 상어를 통해 바닷속 생명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그림책처럼 아름답고 동화책처럼 재미있는 한국 과학 논픽션!
《사소한 날개책》은 김은정 작가가 《사소한 구별법》과 《사소한 질문들》, 《사소한 거미책》, 《사소한 꿀벌책》 그리고 《사소한 날개책》에 이어 여섯 번째로 펴낸 과학 논픽션입니다. 작가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에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림을 더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더욱 실감 나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상식과 지식이 차곡차곡 쌓일 뿐만 아니라 멋진 그림책 한 권을 감상한 듯한 즐거움과 감동까지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