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와 수프 가게를 운영하는 아키코의 품에
개구쟁이 고양이 형제가 찾아왔다.
고양이가 두 마리이니 털은 두 배로 늘었고 먹는 양도 두 배, 안아달라 놀아달라 하는 것도 두 배다. 그래도 아키코는 타로가 보내준 고양이 형제를 아끼고 사랑한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에게는 털이 숙명이라지만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에서 털이 나오면 안 된다. 역시 두 마리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한 시마 씨도 분명 깔끔히 청소하고 온몸을 돌돌이로 문지르는데 털이 붙어 나와서 골치가 아프다. 아키코와 시마 씨는 서로 고양이 털 제거하기 대작전에 들어가 음식점 위생에 신경 쓰고, 슬슬 메뉴를 늘려보고 싶어서 전에 찻집 아주머니와 갔던 노부부의 레스토랑에서 시마 씨, 시마 씨의 남자 친구와 식사하며 메뉴 상담을 한다. 그렇게 새로 추가한 메뉴가 호평이어서 기분 좋다.
오픈 초기처럼 길게 줄을 서는 일은 없지만 지금도 오후에는 준비한 음식이 떨어져 문을 닫고, 퇴근 후나 휴일에는 밥을 달라고 조르는 고양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아키코는 충만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아키코의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 가게를 흉내낸 음식점이 문을 열고, 종종 가게에 찾아오던 엄마의 옛 친구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며느리에게 전해 듣고, 중학생 때 친구가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가기도 한다. 그 친구는 사이가 좋진 않았지만 동년배의 죽음은 아키코의 마음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체력이 떨어져서 휴일을 하루 더 늘려야 할지 고민인데 말이다.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고 가끔 찾아가는 절에 가서 주지의 부인에게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말을 듣고 오기도 한다. 그런 아키코에게 예상치 못한 기쁜 소식이 들리는데, 다름 아닌 최고의 직원 시마 씨의 결혼 소식이다!
나이를 먹어 조금씩 기운이 떨어지는 현실, 경쟁점의 등장으로 앞으로 가게가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아키코와 주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잔잔한 일상을 소중하게 모아 보여주는 일본 소설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결혼하지 않은 중년 여성이 자신의 삶과 가게를 책임감 있고 소신있게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결혼하는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비혼주의자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확신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기도 하지만 지금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면서 작은 행복을 찾고, 앞날을 조금씩 준비하려는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가끔 복잡한 일은 있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대체로 순조로운 나날을 보내는 고요하고 차분한 수묵화 같은 일본식 일상 소설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여성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동경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자신의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징징거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답게 애정이 듬뿍 담긴 고양이와의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풀어냈으며,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거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