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미술학교에서 놀이밥을 먹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세상과, 사람과, 자연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웁니다
이 책 《미술 놀이의 기적》 속에는 전체 내용을 가로지르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첫째, 공간입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앙리 르페브르(Henri Lefèbvre)가 공간을 ‘자연’의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생산물과 결부시켜 이해하고, 도시 공간과 자본의 관계를 분석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공간이란 그저 텅 빈 여백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공간이란 무엇일까요? 8학군에 접근성이 좋아야 땅값이 오르고, 유명 학원 밀집 지역에 가까운 아파트가 비싸며, 심지어 초등학교부터 같은 반 학생끼리도 거주 공간의 형태에 따라 아이들이 다시금 그룹을 형성한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뉴스에 종종 보도됩니다. 자본주의, 산업화 이전의 사회에서 우리는 그 어떤 인위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은 순백의 공간인 자연, 그 텅 빈 여백 속에서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쳤었고, 이것은 우리가 기나긴 삶의 나머지 페이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근심, 걱정, 온갖 위험, 경쟁을 겪어내면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 책 《미술 놀이의 기적》에서는 바로 그 공간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면서도 강렬한 답안으로 ‘숲속’으로의 교육 공간적 복귀를 제시하며, 그 순백의 공간 속에서 본연적 인간성, 감수성, 소통으로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 놀이입니다. 《삼국사기》의 〈신라본기〉 진흥왕 조에 실린 신라 화랑의 수련 방법 중 하나로는 ‘유오산수(遊娛山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의 ‘유(遊)’라는 글자에 주목하면 이 어구의 뜻이 참 재미있습니다. 얼핏 ‘산수에서 놀며 즐긴다’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해당 내용이 신라 삼국통일의 밑그림을 그린 위대한 진흥왕 시절의 화랑도 교육에 대한 이야기에 나온다는 점은 이때의 ‘놀다’에 자못 의미심장한 교육적 함의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렇습니다. 고대인의 교육관, 그것도 국가의 최고 인재들을 키워내 삼국통일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단체의 교육적 실행 방법 중 한 가지가 바로 ‘놀이’였던 것이며, 이때의 ‘놀이’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신체와 정신을 골고루 수양하며 단련시킬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의 총화를 함축하는 단 하나의 단어였다고 합니다. 이 책 《미술 놀이의 기적》에서도 전인적인 교육법으로서 ‘놀이’를 통해 창의성과 감수성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셋째, 미술입니다. 인간의 오감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다양한 확장을 이루게 되었고, 이제는 심지어 AI의 발달로 인해 인공적으로 인간의 감성까지 흉내내고자 도전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AI에 절대 내어줄 수 없는 ‘주인의 자리’에 적합한 필수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창의성과 감수성의 분야입니다. AI는 본 것을 조합할 수 있지만, 인간은 못 본 것조차 꿈꿀 수 있습니다. 우리의 꿈은 개인의 창의성은 물론 집단의 기억과 무의식, 정서의 전승, 그리고 집단이 이뤄내는 팀워크와 서로 간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화학적 결합의 수준으로까지 승화되는 감수성을 통해 더욱 시너지를 냅니다. 또한 이와 같은 오감의 발달, 창의성과 감수성의 발달을 아주 어린 시기부터, 글자를 식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성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일찌감치, 매우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 교육 분야가 미술입니다.
숲속미술학교에서는 이 세 가지, 공간, 놀이, 미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자기주도성을 키워줄 수 있도록 노력하며, 내적 동기를 부여해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에 마중물을 부어주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책 《미술 놀이의 기적》이 프랑스에서 유학 당시 저자의 뇌리를 신선하게 자극했던 교육적 감동과 영감, 실천 의지를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는 수레의 한쪽 바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의 수레바퀴는 독자 여러분과의 뜻 깊은 소통과 만남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교육 현장 속에서 완성되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