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열국지의 원작은 16세기 명나라 가정제(嘉靖帝) 즈음에 여소어(余邵魚)가 야담을 수집하여 쓴 ‘열국지전(列國志傳)’이다. 이후 명나라 말기에 풍몽룡(馮夢龍)이 역사에 맞춰 수정하여 ‘신열국지(新列國志)’로 펴냈고,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즈음에 채원방(蔡元放)이 이를 다시 정리하여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로 펴냈다.
열국지의 배경이 된 춘추전국시대는 주(周)나라가 도성을 호경(鎬京)에서 낙읍(洛邑)으로 옮긴 기원전 770년부터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의 약 550년간의 시기를 일컫는다.
춘추전국시대는 진(晉)나라에서 분열된 조(趙)ㆍ위(魏)ㆍ한(韓)나라가 주(周)나라 천자에게 제후로 인정받은 기원전 403년을 기점으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로 나누어진다. 즉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403년까지를 춘추시대, 그 이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를 전국시대라 한다.
춘추시대는 공자가 편찬한 노(魯)나라의 편년체 사서 ‘춘추(春秋)’에서 이름을 가져왔고, 전국시대는 유향(劉向)이 유세가들의 활동을 모아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열국지는 춘추전국시대 약 550년간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수십 개의 제후국을 포함하여 읍제(邑制)국가 형태로 등장하는 나라만도 100여 개국에 달한다. 또한 이들의 역사 속에 나타나는 복잡한 사건과 일화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인물만도 2,5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자신의 욕망과 권력 그리고 이익 등을 위하여 갖은 권모술수와 처세에 관한 인물들의 형상과 특성이 집대성되어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제후국들이 다양한 인재를 등용하여 정치ㆍ외교ㆍ군사적 역량을 키우고 제후들의 패권(霸權)을 드러내고자 전쟁을 일삼던 시대였다. 따라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등장인물과 방대한 사건으로 중국 고사성어의 40% 정도가 이 책에 있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저자는 이러한 고사성어 120개를 간추려 소제목으로 하고. 시대순으로 차례를 구성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기 때문에 ‘고사성어로 엮은 열국지’라고 하였다.
우선 이 책은 고사성어의 유래만 단편적으로 나열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유래와 관련된 사건과 등장인물 그리고 일화 등의 배경과 전후 사정을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형식을 취하였다.
따라서 소제목으로 된 하나의 고사성어로 이야기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고, 고사성어와 고사성어가 시대순으로 계속 이야기가 연결되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고사성어의 차례 순에 따라 이 책 한 권을 읽기만 하여도 춘추전국시대 대강의 역사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두 번째로 고사성어에 대한 출전(出典)을 명시하여 그 출처를 명확히 하였다. 춘추시대의 고사성어 출전은 주로 좌구명(左丘明)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과 국어(國語),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여씨춘추(呂氏春秋) 등이다. 그리고 전국시대의 고사성어 출전은 주로 유향(劉向)의 전국책(戰國策), 사마천의 사기 등이다.
세 번째로 고사성어의 글자마다 훈과 음을 달아 한자를 잘 몰라도 이해를 쉽게 하도록 하였다. 고사성어는 인간의 삶 전반과 관련된 상황, 혹은 인간의 심리 상태 등을 옛 선인(先人)들의 사건과 일화에서 교훈을 얻어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한자를 모르더라도 글자마다 명기된 훈과 음을 통하여 그 의미가 이해되도록 하였다.
네 번째로 음이 같은 나라의 경우에 괄호 상에 한자를 표기하여 구분을 쉽게 하였다. 음이 같은 진나라의 경우 진(晉)ㆍ진(秦)ㆍ진(陳)나라로 구분하고, 위나라의 경우 위(衛)ㆍ위(魏)나라로 구분하였다.
다섯 번째로 시호(諡號)가 같은 제후들의 경우에는 나라 이름 뒤에 시호를 붙여 구분을 쉽게 하였다. 무공(武公)의 경우에 정나라 무공ㆍ위나라 무공으로 구분하고, 환공(桓公)의 경우에 제나라 환공ㆍ노나라 환공으로, 문공(文公)의 경우에 진(晉)나라 문공ㆍ정나라 문공으로, 양공(襄公)의 경우에도 송나라 양공ㆍ진(晉)나라 양공으로 표기하였다.
고사성어는 선인의 경험이 깃들어 있어 지혜와 지식의 보고이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상의 언어이기도 하다.
춘추전국시대에 유래된 고사성어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 책에는 방대한 열국지 내용이 한 권으로 농축되어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역사에 대한 흥미와 함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