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조각한 거장
더 큰 세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문신(文信)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정리하다!
“문신은 대한민국 예술의 전통을 여러 세기에 걸쳐 심어놓은
거장들의 특징을 모두 갖춘 타고난 예술가다.”
- 자크 도판느(프랑스의 미술 평론가)
영국의 헨리 무어(Henry Moore), 미국의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와 함께 ‘세계 3대 조각 거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예술가가 있다. 노예처럼 작업하고 서민처럼 생활하고 신처럼 창조한 예술가, 문신(Moon Shin)이다. 그는 완벽한 대칭을 추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균형을 담아 대칭의 미를 살린 추상 조각을 통해 생명력 넘치는 우주의 원리를 완성도 높게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1970년 프랑스 항구도시 발카레스에서 열린 조각 심포지엄에서 13m 높이의 거대한 작품 〈태양의 인간〉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 주목을 받을 받은 이후 자연이 가지는 생명력을 담은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귀화 제의를 거절하고 대한민국으로 귀국 후 황무지를 개간해 직접 미술관을 세워 조국에 기증해다.
대한민국 미술사에 한 획을 긋고 떠난 거장,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시부터 음악회,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었던 2023년이 마무리되었다. 이를 기념하고자 그의 반려자이자 그림자로 살았던 저자 최성숙이 출판된 도서와 도록, 작품에 대한 평론,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하여 그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정리했다. 이 책은 외로움과 고통으로 점철되었던 그의 삶을 조명하며 작품에 담아낸 생명력의 근원을 찾는다. 또한, 조각가로 알려진 그의 회화, 드로잉, 채화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며 분야를 넘나들며 그가 구축한 문신만의 예술 세계를 담아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문신의 삶과 예술 세계를 알려 후대에도 이어지길 바라며 시행된 다양한 사업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나의 생을 돌아보면 화살이 떠오른다.
화살은 휘어 날아가 어디엔가 콱 박히면 뽑아내지 않는 한 그 자리에 꽂혀 있다.
나는 파리로 날아가 20년간 박혀 있었고, 다시 마산으로 날아왔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작품을 하고 미술관을 세우겠다.”
- 문신
문신은 일본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마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열세 살에 ‘태서명화’에서 간판 그림을 그리며 화가라는 꿈을 키웠고 이를 이루고자 열여섯 살에 일본에서 유학하며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특히 데생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문신은 유행하던 초현실주의 화풍을 따르지 않고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7년 동안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문신은 해방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모던아트협회 회원으로 다양한 화가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정립했다.
“예술가는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열망을 억누를 수 없던 문신은 프랑스행을 선택했다. 앵포르멜 사조가 시작된 프랑스에서 추상의 가치를 깨달은 한편, 생활비를 벌기 위해 파리 서북쪽에 있는 라브넬 성을 수리하게 되며 조각가로서의 재능을 확인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쌓아갔다.
발카레스 조각 전시를 통해 〈태양의 인간〉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조각가가 되었지만, 문신의 삶은 화려하지만 않았다. 헛간을 개조한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며 잦은 부상을 입었고 더욱이 타지에서 홀로 있다는 외로움과 죽음이라는 공포와 싸워야만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 미술관을 세워 작품과 함께 조국에 기증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커졌고 이후 저자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그는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14년간 황무지를 개간 미술관을 직접 건축하고 완공 1년 만에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그가 바란 대로 누구나 쉽게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있다.
“문신의 조각은 별들과 함께 끊임없이 팽창해가고 있는 은하수 무리와 흡사하다.
창조자의 폭발적인 비약을 지닌 운석의 떼와 같다고 할 수 있다.”
- 장 마리 듀노와이에( 르 몽드지 평론가)
문신의 예술에서 가장 큰 특징이자 시그니처는 시머트리인데, 완벽한 대칭을 추구하지 않고 미묘한 차이를 가지도록 설계되어있다. 이는 자연에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차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오른손잡이인 사람의 어깨가 점점 왼쪽으로 비틀리듯, 문신의 시머트리는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인공적인 대칭의 미가 아닌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좌우균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좌우균제는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에서도 초기작 추상 모래 회화 〈달표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연의 형태에서 벗어나 점, 선, 면 등 순수한 조형 요소로 자유롭게 표현했다. 그렇다 보니 문신의 추상은 모호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사람들의 경험과 추억을 바탕으로 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나에게 문신은 남편이자 살아있는 예술론이었다.
나의 삶을 온전히 바쳐 작가 문신을 보필했으며,
타계 이후에도 문신의 예술을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 최성숙(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명예 관장)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과 생애는 문화유산과 다름없기에 그의 생애나 작품, 예술 세계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저자는 문신의 타계 후 다양한 유작전을 개최한 것은 물론, 도서와 자료집을 출간하고 공모전을 개최는 등 기념적인 사업들을 실현했다.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에 의해 음악 축제가 열리고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나누기도 했다.
2023년에는 문신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창원조각거장전’, ‘기념 음악회-문신의 시간’, ‘동화&만화 공모전 개최’, ‘다큐멘터리 제작’, ‘헌정 음악회-문신교향곡’,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 문신 - 우주를 향하여’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문신의 생애와 작품을 소개하였다.
문신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미술관은 우리 곁에 남아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선물한다. 자연과 생명, 조국을 사랑한 거장의 생애와 우주로 나아가는 희망을 담은 예술 세계는 시간이 지나도 우리 곁에 남아 깊은 울림을 전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