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경청하는 내향적인 양육자야말로
좋은 말 선생님이 될 수 있습니다!
14년 차 언어치료사이자 조용한 엄마인 저자가 전하는
언어폭발기 우리 아이 개별 맞춤형 말자극 교본!
복직을 앞둔 24개월 예준이의 엄마와 아빠는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24개월인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엄마, 아빠, 무(물), 맘마, 빠방’ 정도. 복직하고 나면 어린이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이가 또래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다. 생각해 보면 산후우울증도 있었고, 평소에도 말수가 적은 편이어서 아이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너무 조용해서 아이가 말이 느린 걸까?’ 미안한 마음에 아이와 대화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어떤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크다. 아이가 양육자인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지루해하는 것만 같아 위축되는 마음까지 든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회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양육자가 하는 말의 양에 따라 24개월 아이가 구사하는 단어의 수는 295개 정도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2024년 현재를 기점으로 36개월을 맞은 아이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아이들이 언어폭발기라고 할 수 있는 24개월 전후에 주양육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접한 대상은 다름 아닌 마스크를 쓴 사람의 모습이다. 또렷한 목소리와 입 모양을 반복적으로 보며 익혀야 하는 언어의 특성상, 사람과의 접촉이 차단되고 교육기관에서조차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지낸 아이들의 경우 유일한 언어발달 기관이 가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양육자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면 아이가 충분한 언어자극을 받고 자라기 어려웠을 수 있다.
《조용한 엄마를 위한 말자극》(멀리깊이, 2024 刊)은 단국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14년 차 언어치료사이자 조용한 엄마인 이미래 저자가 쓴 내향형 양육자를 위한 말자극 안내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조용한 양육자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지만, 예쁘고 소중해서 안아주고 케어하는 것과 쉬지 않고 떠들며 언어자극을 주는 일은 또 다른 문제라는 사실에서 출발한 도서다. 이미래 저자 역시 처음 아이를 품에 앉았을 때 언어치료사인 자신의 전공을 살려 다양한 말자극을 주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언어치료사인 저자조차 방 안에서 아이를 안고 노래를 불러주려 했을 때, 흡사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어색함 때문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찾아온 것은 아이를 향한 깊은 죄책감이었다.
다른 많은 발달지표와는 달리 언어발달의 경우, 자녀의 발달 정도가 양육자(특히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의 성적표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전문기관의 소견처럼 아이의 언어발달은 양육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와 성향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언어발달 도서가 밝고 활기찬 양육 태도를 전제로 쓰이기 쉽고, 이런 안내서를 마주할 때마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성향의 양육자들은 ‘역시 내가 말수가 없어서 아이가 말이 느린 걸까’ 자책하고 좌절하기 쉽다. 《조용한 엄마를 위한 말자극》은 말수가 없는 조용한 양육자를 문제의 원인으로 삼는 기조를 거부하고, 자녀의 반응에 차분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수용하는 내향적인 성향의 강점에 주목해 기술한 도서다.
따발총처럼 쏘아대는 말하기 자극이 아닌,
잘 듣고 필요한 반응을 제때 주는 24시간 말자극 대본을 제공하는 도서!
이미래 저자는 성인 간의 대화에서도 기본적인 조건은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 아닌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그에 맞는 답을 하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말이 많아 일방적으로 내 말만 하는 태도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자세라고 볼 수 없다. 아이의 언어발달도 마찬가지다. 양육자가 쉬지 않고 아이에게 말을 주입하는 태도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쉽다. 《조용한 엄마를 위한 말자극》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다양한 상황마다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예시와 적절한 어감을 아이 개월수에 따라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그야말로 말대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출간 전 원고 모니터링에 참여한 한 조용한 엄마는 ‘아이에게 이런 말들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원고를 읽고 난 후에야 알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상세하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은 아이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서, 식탁에서, 침실에서, 욕실에서 나눠야 하는 필수적인 대화는 물론 등하원길과 놀이터에서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대화를 모두 예시로 들어 제공한다. ‘말이야 상황에 따라 하는 거지, 그걸 일일이 알려줘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조용한 양육자들이 정말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아이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딱 한 번, 적절한 시기에 꼭 맞는 말을 건네는 연습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말자극, 절대로 하지 않아요!
아이의 말문을 막는 나쁜 말자극 사례도 제공
책은 좋은 말자극 대본을 제공하는 동시에 아이의 말문을 막는 나쁜 말자극 사례를 함께 제공한다. 아래 사항만 지켜도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좋은 말 선생님이 될 수 있다.
1. 아이의 말을 낚아채지 않아요
아이가 포크를 가리키며 “포… 포…”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재빠르게 말을 가로채며 “포크? 포크 달라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2. 1~2초 기다려 줍니다
아이가 포크를 가리키며 “포… 포…”라고 말하는 상황이라면 1~2초를 기다렸다가, “아, 포~크가 필요하구나”라고 아이가 지시하는 대상을 천천히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3. 개방형 질문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하고 놀았어?”와 같이 부담을 주는 개방형 질문 대신, “오늘 어린이집에서 기차놀이 했어, 공놀이했어?”와 같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질문합니다.
4. 아이의 말을 모방해 줍니다
아이가 “이건 파란색이야”라고 말했다면 “정말 파란색이네”라고 아이의 말을 모방한 후, “파란색 클레이 통 열어줄까? 열어?”라고 주요 표현을 반복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