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에 대한 우리의 학술적 지식과 이해는 개별국가 단위로 파편화되어 있으며, 우리의 대중들은 아세안을 피상적이며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은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을 통해 개별국가로 파편화된 아세안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구체적으로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세안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관한 이해를 증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접근 방법으로 아세안 소지역(ASEAN Subregions)과의 연계와 협력을 제안하였다. 아세안 소지역의 역내외 연계성과 현안에 대한 이해는 ‘한-아세안 상생 번영의 평화공동체 구현’이라는 우리 정부의 대 아세안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전략적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 아세안 외교·안보적 접근은 주로 한-아세안 다자간 대화채널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접근법은 모든 이슈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모두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그 결과가 대부분 선언적 차원에 머물렀다. 한편 우리의 대 아세안 경제교류와 개발협력은 주로 개별국가와의 양자 간 관계로 접근해왔다.
아세안 회원국 대부분은 여전히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변화 요인이 크다. 이는 양자 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외교 및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아세안 차원의 다자간(multilateral) 접근법이 가지는 공허함과 개별국가 차원의 양자 간(bilateral) 접근법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지역 차원의 소다자주의(minlateral) 접근법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포스트-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아세안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우리나라의 강점을 활용한 ICT 기반 스마트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주변 강대국들이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앞세워 아세안에 접근하는 방식과 차별화된 우리의 대 아세안 협력전략이 될 것이다.
본 책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아세안 소지역은 대륙부 5개국(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이 포함된 메콩경제권(GMS)과 해양부 4개국(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으로 구성된 동아세안성장지대(BIMPꠓEAGA)이다. 이들 두 소지역은 아세안 내에서도 저개발 지역이며, 아세안과 회원국 정부에서도 국제 협력을 통한 개발사업에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GMS는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One Belt and One Road) 계획의 출발지점에 위치하며, BIMP-EAGA는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퍼시픽(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따라서 이들 소지역과의 밀접한 협력관계는 최근 미·중 간 전략경쟁의 심화로 인해 급변하는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외교적 지평을 확대하고 입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의 일부로 지난 3년간의 연구 결과물을 종합하여 제작되었으며, 아세안 소지역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이해를 제공한다. 『아세안 소지역 연계성의 전환과 도전』이란 제목 하에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아세안 지역의 동향과 도전, 특히 아세안 소지역 간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시각에서 아세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의 새로운 對 아세안 접근법을 제시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아세안 소지역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통찰력을 제공하며, 아세안과 한국 간의 상생 번영을 위한 새로운 추진전략을 제공한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아세안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대 아세안 관계 증진과 협력 강화를 위한 실천적 지식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