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랜시스카 사진의 한국사 I』의 후속편
1952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제2대 대통령 영부인이 된 이후 계속 대한민국의 존속을 위협하던 6.25전쟁을 치르면서 1953년 7월 27일 정전을 맞이할 때까지, 6.25전쟁 정전 이후 1954년 방미 이전까지, 1954년 7월 25일 국빈 방미 이후 1954년 11월 29일 사사오입을 통한 제2차 개헌까지, 그리고 새로운 헌법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1956년 8월 15일 제3대 대통령 영부인이 될 때까지의 한국정치외교사가 푸랜시스카 관련 사진들을 통해 재조명된다.
사진정치학적으로 본 푸랜시스카 관련 사진들
사진정치학적으로 푸랜시스카 관련 사진들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주변의 권력관계를 잘 드러내준다. 법으로 규정 된 대통령 영부인의 권리나 의무는 없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작지 않았고, 국민적 기대와 애증도 컸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 에서 사진에서 보여지는 대통령과의 지리적 거리는 권력의 크기를 표현하곤 한다. 아직 사진 변조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촬영 된 사진들은 많은 진실들을 전달해준다. 가짜 사진들이 유행하는 시대일수록 ‘있었던 그대로’의 사실(how it really was)을 보 여주는 사진은 여전히 소중하다. 사진은 기존의 역사적 서술을 뒷받침해주기도 하지만 기존의 선입견과 다른 사실들을 확인시 켜 주기도 한다.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망각되고 왜곡되었던 푸랜시스카 관련 기록
역사정치학은 역사학과 정치학의 단순한 융합의 차원을 넘어서 역사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 또는 오용되는 가에 관한 정치학적 분석으로서 역사에 내재된 정치권력을 해체(deconstruction)해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역사정치학적으로 볼 때, 1960년 이후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푸랜시스카가 송두리째 잊혀지거나 왜곡되면서 한국근현대사의 일부가 함께 잊혀지거나 왜곡되었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이후 이 대통령과 푸랜시스카에 대한 기록들이 폐기되거나 방기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임했더라면 함께 촬영된 사람들이 가보로 간직했었을 수도 있었던 사진들이 망실되거나 가려졌다.
역사는 지배자들에 의해서만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의해서도 왜곡된다. 많은 현대사 서술들이 “피해자 역사 중심주의” 에 따라 묻어버리는 지배자들의 역사 자료들이 있다. 그러나 설사 진시황, 연산군이라 할 지라도 지배자들이 남긴 자료들을 발굴, 보존, 정리, 고증, 분석하는 것은 필요하다. 역사학자들이 발굴한 자료들에 많이 의존하지만 미흡한 자료 발굴의 배후에는 정 치학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이유들이 있다.
이승만추종자들 사이에서도 왜곡되었던 이주민 여성의 역사
이승만혐오자들은 물론 이승만추종자들 사이에서도 이주민 여성이었던 푸랜시스카에 대해서는 더욱 왜곡과 망각의 경향이 강했다. 간혹 푸랜시스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에도 그녀를 영웅 이승만에 부속된 존재로 취급하곤 했다. 물론 푸랜시스 카의 삶은 그녀가 사랑했던 이승만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그러나 푸랜시스카라는 한 인간을 독립적 개인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자신을 “호주댁”이라고 부르던 한국사람들을 향해 자신은 “호주댁”이 아니라 “한국댁”이라고 호소하며 살았다. 그녀의 한국 호적(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려진 이름이 “프란체스카”가 아니라 “푸랜시스카 또나”라는 사실도 무 시되어 왔다. 그녀의 성 “또나”는 고향인 오스트리아 발음에 따라 표기했고, 이름은 시민권을 취득했었던 미국 발음에 따라 표기했다.
마녀만들기와 선녀만들기를 넘어서
지정학적으로 모든 인간은 그가 태어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유럽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미국 시민이 되 어 재미 대한독립운동에 동참했고, 한반도 해방 이후 한국으로 귀화했던 푸랜시스카 또나라는 인물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서는 시공간에 고착된 고전지정학 보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보려는 비판지정학이 필요하다. 비판지정학은 각자의 처지에 고 착되기 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다른 인물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과거의 한 인간에 대한 맹목적 마녀 만들기나 선녀만들기를 모두 회피할 수 있다.
이 책이 인간 푸랜시스카 또나와의 진솔한 만남의 장, 그리고 그녀가 살아냈던 한국정치외교사에 대한 좀 더 공평하고 객관 적인 이해의 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