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고 무모해 보이지만
무턱대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떠난 150일의 여행
“출발선을 다시 긋고 싶다”
2017년 2월, 마산 촌년이 콩알만 한 배짱으로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김해공항 출국 게이트에 섰다. 손에는 편도 티켓만 달랑 쥐어져 있었다. 20년 남짓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던 수능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흘러가는 시간에 모든 걸 맡긴 채 대학도 전공도 성적에 따라 진학했다. 습관처럼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멋져 보이는 선배를 따라 동아리 활동을 했다. 이곳저곳 기웃거렸지만, 취업은 결국 전공을 따랐다. 취직 후에는 통장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과 칼 같은 출퇴근 시간에 취했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질문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꿈’이라는 단어를 내뱉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았다. 안정적인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특출난 능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한 번은 찾아온다고 했던가. 퇴근 후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어느 초여름날. 선임의 한마디가 나를 후벼팠다. 묵직하고 날카로웠던 그 한마디에 나는 길거리를 정처 없이 헤맸다.
‘니까짓 게 무슨 휴간데’
-본문 중에서
세상에 답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종종 출발선에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는 바로 그 출발선에 선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대학생 시절의 순수했던 꿈을 되돌아보며 시작된 150일간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베트남의 북적이는 거리, 영원의 안나푸르나를 거쳐,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는 인도와 아프리카로 향하는 동안, 생각지도 못한 사건을 마주하면서 편견에 가득 찼던 자신의 가치관을 깨닫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현지인들의 친절과 배려는 저자에게 커다란 교훈을 안겨 주었고, 그 과정에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다.
“오로지 나를 위해, 미친 척 한번 해 보자”
“거를 니 혼자 어떻게 돌아다닐낀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다 사람 사는 덴데 뭐. 조심해서 다니면 되지.”
“말 좀 들어라. 말 좀. 니는 왜 맨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노! 그래서 얼마나 갔다 올낀데?”
“언제 어디서 돌아올지는 내도 모르겠다. 5월? 6월?”
“말이가 그게!”
- 본문 중에서
여자 혼자서? 아무도 응원해 주지 않았다. 저자의 여행은 젊은 시절의 객기가 아니라 용기이다. 그녀의 여행길을 따라가 보고 싶어진다. 어떻게 출발선을 다시 긋는지, 미친 척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기웃거리게 만든다. 낯선 이국땅에서 마주하는 것은 본래의 모습을 통해 지나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려내는 모습이 ‘내 삶을 더욱 사랑하고 싶다’라는 강렬한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별거 없다고 생각했던 내 삶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는 단순한 여행 이야기를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서사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현재의 위치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 한 사람의 용기 있는 결정과 변화의 기록이다. 삶의 여정과 그 안에서의 자기 발견과 성장의 과정이 궁금한 사람, 치열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위로, 격려, 용기, 사랑. 어떤 이름으로든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