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도 울지 못할까”
나를 이해하고 마음의 위기에 맞서려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나는 대체로 무감각해졌다. 그러다 마침내 강력한 슬픔이 찾아왔을 때,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에 이따금 낮게 흐느끼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곧 슬픔 사이에 이유 없이 터져 나오는 분노와 좌절감이 끼어들었다. 어떤 날들은 기분이 괜찮았다. 심지어 좋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쾌활하다고? 이렇게 무정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감정적으로 전혀 타격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193쪽)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과학자인 딘 버넷은 다섯 번째 책으로 ‘감정의 과학’에 대한 원고 집필을 결심한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아버지를 잃고 만다. 생애 가장 강력한 슬픔과 마음의 고통 속에서 딘 버넷은 울지 못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면서 이제까지 자부해 온 감정에 대한 이해가 사실 무지에 가까웠음을 알게 된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신경과학자로서, 저자는 머릿속을 가득 메운 압도적이고 강력한 감정들을 ‘현미경 아래’ 두고 관찰하기로 마음먹는다. 불가해한 슬픔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한 여정은 뇌과학과 심리, 사회 현상까지 뻗어 나가 종횡무진하며 감정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추적으로 이어진다.
공감하는 인간의 탄생부터 IT 기술 속 감정까지 두루 살펴보는 동안, 저자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더욱 재미를 더해 준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딘 버넷이 울고 웃으며 연구한 감정에 대한 경이로운 여정을 함께 떠나 보도록 하자.
오늘 ‘뇌 기분’은 어때?
감정을 알고자 하는 자, 먼저 뇌를 파고들 것
“감정은 매우 문제적이고 비합리적일 수 있으며, 우리가 터무니없고 해로운 것들을 많이 믿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감정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모든 것의, 결정적이고 근본적이며 부인할 수 없는 한 측면이기도 하다. 이런 골칫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432쪽)
MBTI ‘T’ 성향과 ‘F’ 성향으로 이성과 감성을 나누어 왔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보시라. ‘웃기는 과학자’ 딘 버넷이 이번에는 감정에 대한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감정은 정말 이성과 대치되는 존재이며, 이성적 사고의 장애물일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감정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이성적’인 사람조차 감정 없이는 마음에 드는 아이스크림을 고르지 못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감정은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고 꿈꾸고 기억하게 만든다. 또한 감정은 우리의 인식을 왜곡하고, 오해하고, 명백한 증거를 외면하게 만들며 현대 사회의 가짜 뉴스, 소셜미디어 ‘과몰입’으로 우리를 조종하기도 한다.
이렇듯 감정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며, 복잡한 인간의 존재를 더욱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동시에 개인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이 감정의 비밀을 푸는 퍼즐은 미스터리하고 변덕스러운 기관, 뇌와 긴밀히 얽혀 있다. 딘 버넷은 뇌가 느끼고 판단하는 ‘감정’을 통해 감정이라는 기이하고 실체 없는 현상을 설명해 나간다. 우리가 직접 보지도 못한 유튜버의 ‘덕질’을 하게 되는 이유, 심지어 BDSM의 심리학까지도 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또한 감정은 추상적 현상뿐만 아니라 뇌와 이어진 신경학적이고 생리학적인, 그리고 화학적인 수준으로 넘어가 우리 내부의 물리적 변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수백만 년에 걸쳐 우리와 함께 진화하며 우리의 인식과 기억의 구축은 물론 사회와 기술의 변화까지 이뤄 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례와 근거를 통하여 이성과 감정이 교차하는 가장 인간다운 기관, 뇌와 ‘감정의 과학’을 담았다. 저자는 이 감정의 과학을 통해 우리의 중요한 일부를 이해하고, 나의 존재를 재정립할 것을 권한다.
매우 문제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동시에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골칫거리: 감정에 대하여
“감정은 언제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우리를 변화시키는 통로다. 음악이나 이야기, 동물, 아기, 색깔, 인간관계를 비롯해 우리가 살면서 마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다른 것들이 그렇듯 말이다.”(437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감정이 뇌에서 작동하는 방식’에서는 인류의 감정에 대한 정의와 연구의 역사를 짚고, 감정의 근원지인 뇌의 다양한 영역과 연결망, 과정들이 감정을 작동하는 원리를 탐색한다. 2장 ‘생각은 감정에 의존해서 일어난다’에서는 감정이 이성적 사고의 장애물이라는 오해를 반박하며 감정과 인지가 서로 광범위하게 얽혀 있음을 이야기한다. 감정 또는 감정에 대한 기억이 인지능력과 상호작용하며 물리적 현상과 동기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짚는다. 3장 ‘기억을 지배하는 감정, 감정을 기억하는 뇌’에서는 기억을 작동하고 변화시키고 저장하는 방식에 감정이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조명하고, 기억과 긴밀하게 연결된 여러 감각들과 감정의 연관성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4장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사로잡히는가’에서는 공감이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가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영향받는지를 전한다. 상황이나 이용 가능한 정보에 따른 공감이 필요한 감정 노동과, 노동으로서의 감정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5장 ‘죽음도 감정과의 유대를 갈라놓지 못한다’에서는 부모-자녀, 낭만적인 연인, 또는 일방적인 애착과 사랑 등의 다양한 관계가 감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가 정말 감정을 다르게 다루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6장 ‘감정과 기술의 충돌’에서는 감정과 디지털 기술이 얽히면서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가짜 뉴스가 우리의 감정에 얼마나 관여하며 개인의 현실을 얼마나 바꿔 놓는지를 다룬다.
내 눈물샘을 지배하는 감정의 생리학부터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속 사회적 감정까지, 이 책에서 낱낱이 해부하는 감정의 이모저모를 함께 파헤쳐 보자. 뇌를 알고 나를 알면, 갈팡질팡 마음을 뒤흔드는 감정의 비밀을 어느덧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