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의 증류소와 술집 80여 곳을 직접 방문하여 400여 컷 컬러 사진과 함께 남긴 대장정 기록!
이 책의 저자인 이기중 교수는 음식 문화를 연구하는 현직 인류학자로 자타칭 “푸드 헌터Food Hunter”이자 “비어 헌터Beer Hunter”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음식과 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맥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고 특히 『유럽 맥주 견문록』으로 국내에 맥주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맥주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큰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오랜 경험과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저자는 위스키 여행 기간 내내 마치 이 세상 모든 위스키의 마지막 한 잔까지 맛과 향을 느끼겠다는 듯이 오로지 위스키만을 생각하며 온 정성을 쏟아붓는다. 스코틀랜드의 아일라, 주라, 아란 등의 섬들과 하일랜드, 로랜드, 스페이사이드를 다니며 아드벡, 라가불린, 라프로익, 크라갠모어, 칼릴라, 부나하븐, 탈리스커, 글렌피딕, 맥캘란, 오반과 같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카치위스키를 탐닉한다.
이어 아일랜드의 올드 부시밀스, 코네마라, 털러모어 듀 등의 유서 깊은 증류소를 순례하며 첫 여행을 마친다. 이어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로 넘어가 짐 빔, 잭 대니얼스, 포 로지스, 놉 크릭, 메이커스 마크, 와일드 터키, 엔젤스 앤비, 조지 티켈, 넬슨스와 같은 버번위스키의 바다에 빠진다.
현지가 아니고선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위스키 문화, 위스키 사람들!
저자는 증류소의 위스키 투어 시간을 맞추기 위해 몇 킬로미터씩 뛰어다니기도 했고, 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빌려 타기도 했고, 알 수 없는 계곡을 건너기도 했으며, 몇 킬로미터를 가다가 되돌아오기도 하고, 음식이 끝난 한밤중 식당에서 주린 배를 위스키로 채워야만 했던 에피소드들을 한편으론 애처롭게 다른 한편으로 유머러스하게 적어나간다. 이만하면 저자의 위스키 로드는 고행과 구도의 길이라 표현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택한 위스키 투어 방식은 결코 편안하고 안락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 덕분에 여행자의 애타는 마음과 긴장감, 체력 소모와 이완, 안도와 휴식 등을 마치 함께 비를 맞고 시계를 보며 뛰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즐기게 된다.
또한 하기스와 같이 위스키에 맞춤한 겻들임 음식(안주)을 소개하는 장면이나,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고가의 위스키를 조우하는 장면, 위스키 투어 가이드와 바텐더, 그리고 우연히 만난 애호가들과의 즐거운 대화도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 부를 과시하며 취하는 수단으로서의 위스키가 아니라, 지역마다의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자부심의 표현이며, 낯섦과 거리감을 무너뜨리는 친교의 수단이자 사회,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게끔 한 재원으로서의 위스키 문화에 대한 설명도 놓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위스키 로드는 취미의 길이자 문화의 길이다.
무엇보다도 깨알 같은 위스키 지식을 습득하는 점도 이 책이 가진 큰 매력 중의 하나다. 위스키 상표의 의미, 피티나 스모키와 같은 위스키 용어, 위스키 제조 과정, 엔젤스 셰어와 데블스 컷, 버번위스키의 재밌는 “켄터키 허그” 시음법, 스카치위스키와 버번위스키, 켄터키 위스키와 테네시 위스키, 아메리카 오크통과 스코틀랜드 오크통의 차이점을 촘촘히 설명한다.
한편 위스키의 기초부터 전문 지식까지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 동일 저자의 신간 『위스키에 대해 꼭 알고 싶은 것들』(눌민, 2024)을 같이 읽으면 더욱 위스키의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위스키 로드』가 저자의 생생한 위스키 체험담을 다룬 여행기라면 『위스키에 대해 꼭 알고 싶은 것들』은 위스키의 상세한 설명서이기 때문이다. 이 두 책은 독자들에게 위스키의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