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역사, 그 통섭의 시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와 인문학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꽤 쓸모가 있다. 생산성으로 승부하던 시대를 지나 창의성이라는 산업적 요구에 대한 해답을 정작 경영학이나 기술과학이 아닌 인문학에서 찾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학 입시에서 논술 시험을 보는 것을 또 왜일까? 심지어 우리가 그렇게 우러러보는 경영계의 스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인문학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강력한 내공 수련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이 책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저자들은 그동안 자기계발과 경영 분야에서 변화하라고 외쳐왔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깊은 내적 변화가 있어야만 외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과거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시와 고전을 연결해 통섭을 통해 세상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제시했다. 도대체 왜 굳이 이런 변화를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쓴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몇 년 전 을지로입구역 안전문 앞에서 김경미 시인이 쓴 〈이러고 있는〉을 만났다 이 시를 읽으며 ‘지금 이러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짧은 시가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아마 이때 어렴풋이 이와 같은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다. 김광균 시인의 〈노신(魯迅)〉도 젊은 날 아주 크게 공감한 시다. 한참 영업직으로 일하며 실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 내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 읽고, 또 읽으며 감상에 잠겼었다.”
그리고 시인의 날카로운 시각에 대한 찬사를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확실히 시인의 눈은 다르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본다. 평범한 사람은 지나쳐버릴 현상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뭔가 다른 점을 발견한다. 시인은 생각하는 방법도 다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시를 읽으면 시인의 관찰법과 생각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시인이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에서, 혹은 시인에게서 우 리는 다음과 같이 유용한 질문을 얻을 수 있다.
·시인은 어떤 눈으로 이 현상을 보았는가?
·시인은 어떻게 이런 해석을 내놓았는가?
·시인은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시인은 평범함 속에서 어떻게 이런 감동을 주는가?”
시와 역사의 통섭에서 얻어낸 깊은 깨달음!
우리는 저자의 말처럼 이렇게 질문하며 시를 감상하다 보면, 인생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관계의 문제, 절망과 희망의 문제, 변화와 목표의 문제, 인격의 문제, 사업의 문제 등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저자들은 그 답을 어디서 찾았을까? 시에서 얻은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인간의 오랜 역사에서 찾았다. 물론 수천 년, 수백 년 전 위인의 삶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족집게 같은 정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응용 가능한 모범 답안 몇 가지는 얻을 수 있다.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법을 배우다 보면 그들이 자신 앞에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현재 내가 잘 사는지 성찰할 수도 있다. 이렇게 역사에서 우리는 많은 지혜를 얻는다.
참고로, 이 책은 집필 과정이 꽤 길었다. 저자들이 주제에 맞는 시를 선별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역사에서 사례를 뽑아내기 위해 관련 저자들은 고전도 다시 꼼꼼히 읽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시를 뽑고, 그 상황에 맞는 역사 이야기와 저자들의 개인사를 묶어 글을 써 내려갔다. 시는 상상력을 제공하고,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역사는 사실적이지만 이 또한 상상력을 제공하며, 실제적인 깨달음을 준다. 이 둘의 절묘한 결합이 현대인들에게 깊은 깨달음과 영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