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과 행복의 저울 위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성장 로맨스
나쓰키는 마법사면서 마법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대마법사인 할머니에게 마법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배웠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쉽고, 빠르고, 풍족한 세상이 된 오늘날 마법이 필요할까, 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법사에게는 비효율적인 것,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버린 마법. 어릴 적 나쓰키는 마법사 가문에서 자라 이런 사정을 몰랐다. 큰 상처를 입은 토끼를 마법으로 치유하려다 실패하고 친구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기 전까지는. 이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나쓰키는 마법 수련도 그만두고 자신의 본모습을 숨긴다. 그리고 남들이 좋아하는 성격과 외양을 본래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연기하기 시작한다.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마법을 멀리하고 있는 나쓰키는 어느 날 무감정해 보이는 대학 동기, 사라사를 만나게 된다.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사라사와 진짜 모습을 숨기며 남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만 꾸며내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대비되자 나쓰키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 사라사가 읽고 있는 두꺼운 유머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웃고 싶어 한다는 것과 그럼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쓰키는 그녀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충동적으로 선언하고 만다.
“아니, 그러니까, 음… 그 책을 읽고도 웃지 못했잖아? 그럼, 뭐 다른 재미있는 게 있다면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웃게 해주고 싶어.” ─ 본문 중에서
사라사를 웃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나쓰키에게 사라사는 그럴 날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런데 사라사는… 웃으면 죽어.”
내 사랑이 그녀를 죽이고 있다면
곁을 떠나는 게 진짜 사랑일까?
나쓰키는 마술인 척, 우연인 척, 준비한 마법을 사라사에게 선보이지만 그녀는 언제나 무표정이다. 결국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웃기기 챌린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며 나쓰키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라사에게, 사라사는 웃지 못하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곁을 지키는 나쓰키에게 품은 특별한 감정이 커져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유성군을 보던 사라사가 “별똥별은 다른 별들과 달리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하지만, 찰나의 순간이라도 있는 힘껏 반짝이는 별똥별이 좋아.” 라고 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진다.
그리고 급히 찾아간 병원에서 나쓰키는 사라사가 유일하게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된다. 감정을 느끼면 건강이 악화되다 결국 죽음으로 치닫는, 정체불명의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비밀을. 그동안 그녀가 무감정해 보였던 것도 어릴 때부터 감정에 무뎌지도록 관리받은 탓임을, 그래서 웬만한 일에는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안 것이다. 그리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라사가, 평생을 행복하게 웃어본 적 없는 사라사가 단 한 순간만이라도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기를 바란다는 것도. 하지만 사라사를 행복하게 해주려던 자신의 행동이 사라사를 조금씩 죽이는 짓이었음을 깨달은 나쓰키는 사라사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
정답을 찾아가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살인 이야기
『부디 그녀가 죽을 수 있기를』은 우리의 사랑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으로 두 주인공 나쓰키와 사라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각자 입장이 다르기에 자꾸만 엇나가고 마는 두 사람.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 두 사람의 이야기에 폭 빠져보는 걸 추천한다. 감정적으로 격리되더라도 조금이라도 오래 사는 게 옳은 것인지, 단 한순간이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고 죽는 게 옳은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할지, 아니면 거짓을 말하거나 회피를 하더라도 보다 아름다워 보이고 쉬운 길로 나아가야 할지 떠오르는 여러 질문을 두 사람과 함께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