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하고 무해한 것을 사랑하는 마음
소박하지만 뭉근하게 건너오는 위로
요즘 사람들은 특히 좋아하거나 지니고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템 이름 앞에 ‘애착’이라는 낱말을 즐겨 붙입니다. 애착 인형, 애착 베개, 애착 가방처럼요. 그리고는 아무리 꼬질꼬질, 너덜너덜해져도 애지중지합니다. 물건이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말이지요. 이런 표현과 모습으로 미루어 보면 사물의 가치는 값이나 쓰임새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물에 담는 마음으로도 매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물은 모두 보잘것없습니다. 잎 달린 도토리, 쪼그라든 대추, 조잡한 플라스틱 물고기 모형, 못생긴 오리 인형 같은 것들이니까요. 그러나 찬찬하게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빛나고 애틋합니다. 저자가 마음을, 정서를, 자아를 담은 ‘애착 사물’이거든요. 그렇기에 사실 이 책에 ‘쓸모없는 사물’은 하나도 없답니다.
세찬 바람을 견디지 못해 떨어진 약한 가지를 주우면서, 시든 꽃다발을 바라보면서, 쓰고 남은 유리병을 모으면서 저자는 위안과 안도를 느꼈습니다. 버려진 가지는 자연 느낌을 물씬 풍기는 존재로, 시든 꽃은 편안한 아름다움을 주는 존재로, 투병한 유리병은 복잡한 세상사를 잊을 만큼 단순한 존재로 거듭나 저자를 다독여 주었거든요.
일상 속 작은 가치를 품은 사물은 그렇게,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말합니다. 그럴싸한 사물로 가득한 세상, 그런 것조차 얼마 가지 않아 또 새로운 사물에 밀려 버리기 일쑤인 시대에 꼭 거창하게 살지 않아도, 빠르게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이참에 저도 길가나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저만의 ‘쓸모 있는 사물’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어쩌면 그러는 사이에 넘쳐나는 사물 사이에서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아끼는 마음’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