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는 융합과 습합, 변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의 포용성은 지역, 민족, 세대, 문화, 철학 등의 경계를 무장해제시킨다.
중국에 전래된 불교 역시 중국 전통의 사상과 문화, 관습 등과 융합하여 중국적 특색을 가진 종파를 탄생시켰으니 바로 선종(禪宗)이다. 선종은 종교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후 중국의 사상과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중국과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한국 역시 선종을 받아들여 발전시켰으며, 선종의 영향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대표적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도 선종을 표방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가 후 선종의 풍토에서 공부하고 수행하던 법지 스님이, 한국선의 뿌리가 되는 중국선을 탐구하고자 일찍이 중국에 유학하여 ‘선사들의 깨달음’을 찾아 나선 하나의 기록이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틈틈이 광활한 중국 전역을 유행하며 25명 조사들의 행적과 사상, 그들이 주석했던 사찰을 더듬어 기록하였으니, 인물로는 선종 초조 보리달마부터 근대의 허운선사까지, 시대로는 1,500여 년 세월을 아우르고 있다.
선 수행자로서 선사들이 주석한 사찰을 찾아 그들이 남긴 선의 향기를 직접 맡아보고, 스스로 각성(覺性)의 계기로 삼고자 한 정진심과 노고가 온전히 담겨 있으며, 함께 실린 사진들은 투박하지만 그 여정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