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란 과연 무엇인가?
세상을 가득 채운 색의 마법에 관한 50가지 질문
어느 날 갑자기 온 세상이 색을 잃고 흑백으로 보인다면 어떨까? 어떤 산해진미라도 그 맛이 왠지 밍밍하게 느껴지고, 어떤 수려한 풍광을 보아도 더는 전처럼 감동적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색으로 가득한 세계에 익숙해 그 소중함을 쉽게 잊지만, 흑백사진이나 흑백영화만 잠시 떠올려봐도 색이 생활과 감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일상에 밀접한 영역인 만큼 인류는 긴 역사 동안 색을 광범위하게 탐구해왔다. ‘우리는 어떻게 색을 볼 수 있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어떤 색을 써야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까?’라는 실용적인 질문까지 지금껏 인류가 색에 관해 품은 궁금증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질문이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도대체 ‘색’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색은 세상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존재이다. 얼굴색의 변화를 통해 건강 상태를 알아낼 수도 있고, 신호등 색을 보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으며 여러 선수가 뒤엉킨 경기장에서 어떤 사람이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팀 소속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모국어에 특정 색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는지에 따라 색채를 지각하는 방식이 달라지며,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서 하나의 색을 보고도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점도 흥미롭다. 색채지각은 우리의 뇌가 약 3,000만 년 전 진화 단계에서부터 긴 시간에 걸쳐 발달시켜 온 중요한 능력인 만큼 인간의 삶에서 색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색채학의 50가지 비밀》은 이처럼 인간과 색의 뗄 수 없는 관계에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파고드는 모녀 조앤 엑스터트와 아리엘 엑스터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컬러 컨설턴트와 라이프스타일숍 사업가로서 누구보다 색채학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두 저자는 50가지 질문을 엄선하여 최신 연구 결과와 컬러풀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낸 색의 원리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색과 빛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물리학·화학·생물학·언어는 우리가 보는 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종 산업에서는 색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전 세계를 한창 떠들썩하게 했던 ‘흰금 vs 파검 원피스 논쟁’의 진상은 무엇인지 등 색에 관해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색은 우리가 볼 때 비로소 존재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색채학의 세계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색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야를 꼽자면 단연 예술과 산업일 것이다. 컴퓨터로 디자인 툴을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나 RGB와 CMYK라는 컬러 모델에 익숙하리라 생각한다. 디지털 작업은 RGB, 인쇄 작업은 CMYK로 해야 한다는 것은 디자인계의 상식이자 공식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째서 작업물의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컬러 모델을 사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그 이유는 빛으로 만든 색과 잉크로 만든 색이 우리 눈에 전혀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RGB 색은 광원을 통해 눈으로 직접 들어오지만 CMYK 색은 잉크에 한 번 반사된 빛이 간접적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따라서 종이에 인쇄해야 할 디자인 작업물을 RGB로 작업한다면 높은 확률로 칙칙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CMYK로 선명한 검은색을 내기 위해 ‘C, M, Y’의 삼원색 외에 ‘K’가 따로 필요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같은 이유 때문이다. 보통 종이에 인쇄된 잉크는 빛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검은색이라기엔 모자란 진흙색으로 보인다. 진하고 확실한 검은색을 인쇄하려면 C, M, Y, K 잉크 모두를 일정 비율로 혼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처럼 색에 관한 일차원적인 정보를 넘어 이면의 원리까지 이해한다면 더욱 정교하게 목적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
한편,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색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상징 중 하나로서도 큰 가치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는 자사의 시그니처 컬러를 상표로 등록했다. 티파니의 맑은 푸른색 상자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티파니 블루’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 색이 즉각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확실한 각인 효과로 단번에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티파니 블루는 가장 오래된 컬러 마케팅 사례 중 하나로 지금까지도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인간의 뇌에서 언어 통로가 색 통로보다 더 빠름을 의미하는 ‘스트룹 효과’는 이처럼 색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인지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이 인간과 색에 얽힌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궁금증을 해소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쓰였다. 50가지 질문에 해당하는 설명은 각각 3개의 단락으로 나뉘어 있어 독자의 필요와 흥미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예술가, 디자이너, 마케터, 미술 교사 등 색을 다루는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색채지각의 오묘한 원리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이 책을 통해 안목과 감각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