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심리학 실험실엔 견줄 수도 없을 만큼 복잡하고 심오하다.
심리학을 마음의 법칙을 뽑아내는 자판기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세상의 소란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의 중심을 잡아주는
의심의 도구로 사용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
‘MBTI의 함정’에서 ‘외상 후 성장’이라는 불편함까지
심리학의 거짓과 오류, 그리고 착각
“반쪽짜리 진실의 부작용은 거짓보다 끔찍하다!”
‘마시멜로 실험’이나 ‘외상 후 성장’과 같이, 정상적인 심리학 연구가 과장되고 왜곡되는 과정을 살피고, ‘MBTI 열풍’, ‘모차르트 효과’처럼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유사 심리학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심리학 연구가 미디어와 선동가, 장사꾼 등 노련한 공모자들을 거쳐 대중을 사로잡는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마음의 법칙도 알아본다. 또한 실험실에서는 맞지만 현실에는 적용하기 힘든 심리 법칙이 서로 반박하고 업데이트되는 지식의 진화가 흥미롭다. 심리학 연구의 실체적 진실은 사라지고, 연상되는 메시지만 부풀려 소비되는 요즈음, 저자는 반쪽짜리 진실의 부작용은 거짓보다 끔찍할 수도 있다는 걸 밝혀 보여준다.
마음의 법칙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심리학 실험실이 아닙니다.
한편 우리는 환상과 거짓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상에 소란을 일으키는 그들의 입도 조심해야 하지만, 자신의 뇌를 함부로 믿어서도 곤란하다. 불안을 틈타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산업과, 우상과 동화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정치와 미디어에 뇌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과연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은 소확행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소확행은 하나의 신드롬이 되었고, 비즈니스모델이 되었으며, 결국 우리의 한때를 휩쓸고 지났던 그 숱한 단어들처럼 훼손되었다. 책은 소비와 소유의 대안으로 경험 소비의 힘을 소개하며, ‘소확행’ 본래의 뜻을 다시 환기한다. 이 밖에도, 내 주식 투자는 왜 대박이 날 것 같은지, 사람들이 TV 홈쇼핑을 보고 즉흥적으로 물건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가난한 사람들이 기득권을 옹호하는지, 섣부른 고백 금지의 이유 등 비합리적인 인간의 행태를 들여다본다.
마음의 병에 관한 새로운 이해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한 사람의 세계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일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과 맞닿아 있다.”
학자로서의 최종 목표를 조울증, 즉 양극성장애의 심리적 기전을 밝히는 데 두고 있는 지은이는 책의 후반부를 주의력 결핍,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조현병, 가면 우울증 등 마음의 병에 관한 새로운 이해에 할애하며, 비(非)환자들이 환자들과 함께 생활할 때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다룬다. 환자들은 주변 사람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데, 책은 환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환자와 비환자 사이의 오해와 갈등이 이해와 포용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세상의 소란에 휘청거리는 일 없이 생각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길을 찾게 된다.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한 사람의 세계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일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