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티브 잡스도 제프 베이조스도 아니다’
심리학으로 시작하는 리더십 훈련
그동안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잘하고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춘 영웅적인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최고의 CEO 리더십을 벤치마킹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심리학자 눈에서 보면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처한 상황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다르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지어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보다 실패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성공에 더 도움이 된다.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성공한 특정인의 리더십 스타일을 따라하려다 보면 결국에는 알맹이 없이 허무함만을 느끼면서 금방 지치게 된다. 상황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심리와 경영을 접목한 컨설팅 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들이 기업 임원들을 비롯한 팀장급 사원들을 상담하고 컨설팅하면서 개별적인 자료를 모아 실제로 리더들이 안고 있는 구체적인 고민을 해결할 새로운 리더십을 제안한다. 또 통념상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동기부여 방식에도 거침없는 반론을 펼친다. 물론 심리학에 기반해서다.
중요한 건 리더의 생각, 리더의 태도, 리더의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바뀌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 바뀌지 않으니 말이다.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 심리학은 아주 유용한 도구다. 사람을 이해하면 변화의 길이 보인다.
‘지위가 높을수록 자신을 모른다’
모든 인간이 자기중심적인데도 객관성을 추구하려는 리더에게
심리학에서 알아낸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발견은 자기중심성에 관한 것인데, 바로 인간은 누구나 예외없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발견이다. 대부분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때로는 남의 편에서 생각하고 배려한다’고, 혹은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라고 반박하겠지만, 저자들은 여기에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한다. 이 실험에서는 물도 음식도 없이 조난된 등산객이 목마름과 배고픔 중 어떤 것이 더 절실할지 예상해보는 과제가 참가자들에게 주어졌는데, 한 참가자 집단에게는 이 과제를 수행하기 전 격렬한 운동을 수행하게 하였다. 격렬한 운동을 수행한 집단은 운동을 하지 않은 집단보다 높은 비율로 등산객들이 배고픔보다 갈증 때문에 더 괴로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자신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로지 타인의 상태를 추론하는 과정에조차 자기중심성이 개입한다. 결국 자기중심성의 문제는 누가 더 착하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이타적으로 남을 돕고 배려하려는 그 순간에조차 자기중심성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고로 팀원을 위한답시고 한 행동이 사실은 자기중심적인 행동일 수 있다는 사실을 리더가 깨닫지 못하면 리더와 팀원, 서로가 걷고 있는 평행선의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된다.
인간의 심리가 이러한데, 이 상황에서 리더가 지나치게 객관성을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생각을 털어놓아도 팀장님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면 ‘주관적 경험이나 입장 말고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라고 해요. 그렇게 자꾸 객관성을 강조할수록 얘기하기는 힘들어져요. 그래서 다들 말이 없어지죠.” (B 팀원)
누구도 자기 자신을 통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없는데도 객관성을 강요받는 팀원들은 곤란할 뿐이다. 저자들은 리더가 객관성은 바람직하고 주관성은 미성숙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객관성에 대한 집착은 자신의 관점마저 모호하게 만드는데, 자신의 관점이 분명한 사람은 객관성을 강조하지 않으며, “내 생각에는~”이라고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말한다. 성공적인 리더가 구성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비결은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주관을 물어보고 확인하면서 주관성을 끊임없이 공유하는 것에 있다.
리더로서 힘과 권력을 얻으면 자기를 인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워진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권력을 가진 상사 앞에서 싫은 소리를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보다 리더가 더욱 인간 심리에 대해 공부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남이냐’고? 당연히 남이지!
심리학으로 보는 리더와 팀원 간의 갈등
요즘 리더들의 커다란 고민 중 하나가 자신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MZ 세대 팀원을 대하는 문제이다. 리더를 이해 못 하기는 팀원도 마찬가지다. 저자들은 세대 차이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일갈한다. 차이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 우선 서로의 세대가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세대는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았다. 지금의 리더들은 한국 사회 고성장기에서 성장한 세대다. 열심히 하면 달콤한 보상이 따라오던 때였다. 대신 상명하복의 절대적인 조직문화를 따라야 했다. 돌잔치, 집들이 등 상사의 잔치란 잔치에는 전부 불려 다녔고 주말도 없이 일했다. 조직 내에 학연, 지연과 같은 연고주의가 만연하고, 누가 누구와 친한지가 인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공적인 조직에서도 사적인 관계망을 만들고 확대하려고 노력했다. 회사의 성장이 곧 자신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요즘 팀원들의 상황은 다르다. 성장 정체기인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일해도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지는 것 같지 않다. 자신이 투자한 것에 비해 성취감이나 보상이란 늘 성에 안 찰 뿐이고, 그래서 회사를 믿기보다 제 살 길 제가 찾는 것에 익숙하다. 리더 세대는 회사의 어느 모임에 끼지 못하고 소외될까봐 전전긍긍이었다고 하는데, MZ 세대는 바로 그 소외를 원한다. 이쯤되면 두 세대가 전혀 반대에 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저자들은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의 말을 빌려 개인의 가치관은 20대의 사회문화적 경험을 통해 그 틀이 만들어져 유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우리가 인생을 다시 살지 않는 한 우리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토록 경험한 것이 다른데 사고방식이 같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 관계를 접근하는 방식은 기본부터 달라진다. 거기서부터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심리학적인 접근 방법인 것이다. 심리학을 리더십의 도구로 쓰면 묘연했던 문제의 실마리가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