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고양이 클럽에 아기가 찾아왔다
‘만화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2024년 어린이 부문 최고상을 받은 박윤선 작가의 새 만화책 《아가가가 고양이 클럽》이 출간되었다. 《우당탕탕 고양이 클럽》(2019), 《고양이 클럽과 왕친구들》(2021)을 통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양이 클럽의 즐겁고 설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의젓한 쁠륨과 사랑꾼 슈피, 우직한 곰돌이와 고양이 집사 마리가 살고 있는 고양이 클럽에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갓난아기가 등장한다. 아주 잠깐 평화롭던 고양이 클럽과 마을 이웃들은 또다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다. 얼렁뚱땅 사고뭉치 고양이들은 아기와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까? 고양이 뒷바라지만으로도 허리가 휘는 마리는 낯선 아기를 잘 보살필 수 있을까? 고양이 클럽과 마리는 이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 고양이 클럽의 사랑스러운 육아일기
저기 높은 산 너머 깊은 산골 마을에 고양이 쁠륨, 슈피, 곰돌이가 마리와 함께 산다. 그 이웃에는 마리의 친구 샤흘롯, 탕기, 리즈가 살고, 샤흘롯네 할머니가 산다. 그 할머니의 친구들이 살고 그 친구의 사촌 할아버지랑 그 할아버지의 친구들도 산다. 이 할아버지들이 자주 가는 카페 사장도 산다. 그 마을에 미미랑 카프티에랑 토미랑 무슈 김도 산다. 개성 강한 이웃들이 때로 생각이 달라 얼굴 붉히기도 하지만, 그러다가도 금세 웃으며 손 맞잡는 고양이 클럽 마을이다.
매일 똑같은 모습의 똑같은 사람들만 살아가는 마을에 누구의 아기인지 알 수 없는 갓난아기가 발견되면서 조용하던 마을은 한바탕 소동을 겪는다. 30년 만에 마을에 들려온 아기 소식에 들뜬 마을 사람들은 앞다퉈 고양이 클럽을 찾았고, 아기가 마리의 아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마리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오래전 사용했던 아기 물건들을 모아 주고, 육아에 필요한 지식을 알려 주기도 한다.
가난한 화가, 고양이 집사 마리는 아기를 키우는 것이 두렵고 자신 없다. 지금도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한 데다 형편도 넉넉지 않으니까. 게다가 돌보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가 아기와 잘 지낼지도 걱정이다.
하지만 마리가 고민할 새도 없이 고양이들은 아기의 양육을 시작한다. 곰돌이는 아기의 베개가 되고 슈피는 잠든 아기 곁을 지킨다.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마리에게 의젓한 쁠륨이 한마디 하며 지나간다.
“마리, 지나가게 비켜 봐. 폴, 분유 먹을 시간이라구,” (14쪽)
갑자기 찾아온 갓난아기 폴과 고양이 클럽의 사랑스러운 육아일기가 시작된다.
▷ 수채화와 유화로 그려진 만화
눈썰미가 있는 독자는 책장을 넘기다 이 만화가 어딘가 낯설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만화는 요즘 발표되는 만화들과 작업 방식이 다르다. 종이 위에 칸을 나누어 그린 선 위에 수채화로 채색을 한다.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이나 그림책에서도 컴퓨터 작업이 일반화된 요즘, 만화 위의 작은 칸 하나하나에 수채 물감으로 채색하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박윤선 작가의 만화가 무척 촘촘하고 아기자기하게 구성되기에 채색 작업은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덕분에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 따뜻하고 편안한 색감의 만화와 만날 수 있다. 만화 한 꼭지가 끝날 때 페이지를 장식하는 작가의 유화 그림도 ‘고양이 클럽’의 특별한 독자 서비스다. 작가의 손끝으로 정성껏 그려진 이 책은 최근 만화에서 만나기 힘든 다정함을 품고 있다.
▷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건강 만화
《아가가가 고양이 클럽》은 딸기책방에서 기획한 ‘만화 보물섬’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만화 보물섬’ 시리즈는 아이와 부모,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건강한 만화로 구성되는 만화 문고다.
인터넷에는 공짜 만화가 흘러넘치지만, 정작 어린이에게 권할 만한 만화는 그리 많지 않다. 어른들과 함께 보는 만화가 아이들에게도 즐거움과 쾌감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화 보물섬’ 시리즈는 어린이 독자를 중심에 두고 창작된 만화들로 부모와 교사들이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만화다. 이 시리즈는 어린이에게는 꿈과 휴식을, 어른에게는 추억과 즐거움을, 가족에게는 대화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