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등장하는 의사들의 용기 있는 발언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장항석(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 교수)
약을 1알도 먹지 않는 98세 초고령자가 있다
의료 저널리스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약과 백신을 맹신하고, 의사와 환자 모두 약에 의존하는 현상에 대해 5인의 의사와 인터뷰를 하고 대담을 정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5명의 의사들은 명문 의과대학을 나와 오랜 기간 연구실이 아닌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약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낸다. 이들이 말하는 핵심은 다음 5가지다.
“신약(백신 포함)은 바로 먹지 말고 상황을 두고 본다.”
“약에 기대하기보다 먼저 면역력과 회복력을 키운다.”
“약은 ‘제로(0)’가 이상적이다. 우선순위가 낮은 약부터 줄인다.”
“혈압, 혈당 수치 등의 기준치에 연연하지 말고 몸 상태에 따라 약을 조절한다.”
“무작정 약에 의존하기보다 생활환경, 인간관계, 가족관계를 먼저 고려한다.”
특히 복수의 질병을 가진 고령자들은 먹는 약의 종류도 많은데, 환자들을 진료해보면 다약제 복용(폴리파머시, poly-pharmacy)이 오히려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혈압을 낮추기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면서 죽어가던 환자는 오히려 약을 끊고 다시 일을 하러 나갈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의사에게 처방받은 대로 약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몸과 마음을 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의사들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렇게 말하는 걸까?
내 몸을 의사에게 맡기지 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으면 결과적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세포막이 약해지고, 콜레스테롤이 재료가 되는 남성호르몬 분비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할 때는 이런 것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내분비과에서 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약이 호르몬 쪽에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약이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에 의존하는 현상은 오랜 고정관념과 사회제도, 의료교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서 나타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이다. 의사가 환자의 질병이 아닌 환자의 삶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환자 역시 의사를 약만 처방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책의 의사들은 치료제 중에서도 불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지만 모든 병에 대해 약 처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미한 수준의 증상에 대해 약물치료를 한다든가, 부작용이나 환자의 삶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처방하는 약의 폐해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1장 | 생활환경을 개선하면 약은 ‘빼기’가 가능하다-모리타 히로유키
‘혈압약은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말은 거의 불변하는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혈압약과 세트로 따라오는 것이 또한 고지혈증 약, 즉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다. 내과의 모리타 히로유키는 나이 들면 흔히 먹는 혈압약과 콜레스테롤 억제제도 얼마든지 줄이거나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도 나이에 따라 환자의 환경에 따라, 심지어 계절에 따라서도 바뀌어야 하는데, 의사와 환자 모두 ‘진료 가이드라인’에 얽매어 약을 중단하거나 끊는다는 개념조차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2장 | 비싼 약, 효과도 더 좋을까?-고다마 신이치로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하는 초유의 선택을 했다. 백신 자체도 초단기간에 개발되어 긴급승인을 받고 접종이 허락된 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수많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오히려 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더욱 키웠다. 모든 약은 이런저런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의사와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외과의 고다마 신이치로는 특히 비싼 신약의 경우 약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훨씬 더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3장 | 약을 줄일수록 살아난다-나가오 가즈히로
내과의 나가오 가즈히로는 모든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약을 먹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약을 먹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라는 듯이 처방하고 있다. 하지만 약을 먹는데도 왜 몸 상태는 낫지 않는 것일까? 약을 계속 먹는다는 것은 낫지 않는다는 뜻임을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약을 먹지 않고도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4장 | ‘기준치’가 수명을 단축한다-와다 히데키
사실상 약은 기준치에 따라서 처방이 된다. 골다공증, 혈압, 콜레스테롤 등은 모두 정상과 비정상, 약 처방과 주사 처방 등의 처치를 해야 하는 기준치들을 설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치를 적용하기 어렵고, 기준치가 너무 엄격해서 약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기준치에서 한참 벗어나지만 약을 먹지 않고 더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례를 살펴본다.
5장 | 약으로 ‘마음의 병’ 자체는 고칠 수 없다-다카기 슌스케
코로나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정신과 약이다. 정신과 약은 신체적인 질병으로 수면장애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복용하면서 약에 더욱 의존하는 상황을 만든다.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약으로 마음의 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이러한 인식이 더욱 약에 의존하게 만들고, 정신과 약을 많이 복용할수록 신체는 더욱 무너지는 악순환에 대해 점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