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정치 고관여층 입장에서 2024년 3월 초는 아마 시야(관심)가 가장 좁혀지고, 뇌는 말초적 자극을 갈구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관심의 초점은 압도적으로 공천일 것이다. 누가 공천 받고, 누가 탈락 또는 탈당하고, 누가 누구와 대결하는지 등등. 좀 더 나간다면 당대표들은 어떤 (비전이 아니라) 비난 메시지를 내놓는지, 한 표라도 더 얻고, 더 뺏는 공약이나 메시지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가 해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망조가 들었나?’, ‘대한민국 정치는 어쩌다 이렇게 개판이 됐나?’, ‘윤석열 정부는 왜 이렇게밖에 못 하나?’ 등 비판적 시각 또는 비판적 해부를 통한 재구성에 관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과 정치 고관여층에 가장 본질적이고 심원(深遠)한 의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건국전쟁〉은 정치 현안과 가장 먼 것 같으면서도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대한민국과 주류 보수우파에 대한 정치적 혐오와 증오의 원천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도 동일하다. 즉,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 또한 한 세대 넘게 한국 사회의 정치와 비전을 고민하며 정치적 혐오와 증오를 넘어 대안과 비전을 모색해 온 80년대 운동권 출신 경세가인 저자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자유민주공화주의자들의 승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담아낸 경세서이자 우리 시대의 ‘간양록’이다.
윤석열 정부 성공의 열쇠 ‘국정운영 플랫폼’
저자가 집필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8월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 즈음이었고, 실제 집필을 시작한 것은 그 1년 뒤인 2023년 9월 초였다. 당초 출간 목표일은 늦어도 2023년 11월 말이었다. 혼신을 기울였으나 2024년 2월 말에서야 탈고할 수 있었다. 저자 외에 누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히 23년 저자 공력의 총화라고 고백한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정치 그리고 국가 정책 담론의 수준을 약간이나마 높이지 않을까 한다.
집필 초기, 저자가 생각한 책 제목은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정부로 기억될 것인가’였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냉엄한 역사적 평가를 화두로 삼았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의 초기 포석 내지 달려갈 레일의 윤곽이 거의 드러난 출범 100일 무렵부터 저자가 머리에 이고 있던 화두다. 책의 부제로 삼아도 좋을 만큼, 책의 절반 넘게 이 화두를 천착하였다.
역대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체로 임기 말쯤 하는데, 총선 같은 중간평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차기 대선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다. 2022년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경악과 공포가 중첩되어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선 승패, 즉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가 끝이 아니다. 영화 〈건국전쟁〉(The birth of Korea)은 64년 전(1960년 4월)에 물러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핵심 주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에 치러진 지방선거(2018년)와 총선(2020년)에서 압승하고, 막판 지지율도 40% 내외로 가공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역사는 나라를 완전히 말아먹고 팔아먹은 ‘조선 고종과 더불어 천고에 길이 남을 혼군’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렇듯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정부의 임기보다 훨씬 긴 세월 행해진다. 성공하는 정부가 되려면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들이 잠자다가 후대의 엄혹한 평가를 접하는 악몽을 몇 번은 꾸면서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자나 깨나 역사적 평가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와 추천사를 쓴 김병준의 지론이다.
흔히 하는 말로 밭고랑이 가지런하려면 쟁기를 잡은 농부가 멀리 밭 끝을 봐야 한다고 한다. 한눈을 팔거나 바로 앞에 뒤집히는 흙만 보면 밭고랑은 비뚤비뚤해진단다. 국정운영은 쟁기로 밭을 가는 것보다 훨씬 교란 요소가 많다. 무엇보다도 정부·여당이라는 농부가 눈을 어디에 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가 난제다. 게다가 농부나 소가 한눈을 팔게 하는 요소가 너무나 많다. 밭 여기저기에는 우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돌부리나 바위도 많다. 세계사에서 이승만의 대한민국과 김일성의 북한만큼 정치지도자의 방향감이 만든 극명한 명암(明暗)도 드물 것이다.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 이행 성적표에 달려 있다. 무수히 많은 국가적 과제 중에서 선택, 집중할 대통령 프로젝트로 무엇을 선정했는지, 그 성과가 어떠한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자기 자신(정체성)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적 소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시공간 확장(역사적 비교와 국제적 비교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책 제1부에서 윤석열,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정부가 인식한 정권의 정체성과 시대 인식과 시대적 소명, 이행 전략인 국정철학 및 국정과제의 총체를 ‘국정운영 플랫폼’이라 규정하고 그 적실성에 대해 길게 논했다. ‘국정운영 플랫폼’이라는 개념과 그 얼개는 저자의 독창적 분석 중의 하나다. 저자는 역대 정부의 실패와 좌절, 한계와 오류의 뿌리에는 국정운영 플랫폼의 부재 혹은 부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는 한 세대 넘게 한국 사회의 정치와 비전을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해 온 80년대 운동권 출신 경세가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자유민주공화주의자들의 승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담아낸 경세서이자 우리 시대의 ‘간양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