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21년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소장 김도일)와 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사상연구원(이사장 원택스님)이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 「유교와 불교의 대화: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의 소통과 조화」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특정 인물, 이론, 개념에서 나타나는 유교와 불교의 교류를 탐구했다. 이 논문들은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밝혀내며 독립적인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이 논문들은 주로 특정 인물이나 이론에 초점을 맞추고 대부분이 송명 유학에 집중되어 있어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교와 불교의 대화」 편집위원회의 「중국 역사를 통해 본 유학과 불교의 대화」를 총론으로 추가하고, 변희욱의 「송대의 간화와 격물」을 통해 송대 유교와 불교의 대화를 보강했다. 또한, 진영혁의 「중국 전근대 유불 관계: 만명 불교의 양지심학론」과 유용빈의 「지욱 『논어점정』의 이불해유에 대한 고찰」을 추가하여 명말청초의 대화 양상을 더욱 풍부하게 다뤘다.
이러한 내용적 보강에도 불구하고 유교와 불교의 역사적 대화 여정을 전체적으로 다루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상적 변주와 융합’의 교차를 드러내는 데에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게다가 유교와 불교의 대화 양상을 동아시아 사상사적 맥락에서 거시적으로 조망한 연구가 학계에서 그리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의 편집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유교와 불교 간의 상호 작용과 그 영향력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통해 유교와 불교는 인간의 본성, 세계의 이치, 마음에 대한 새로운 이념과 규범을 융합해 왔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두 사상적 흐름인 유교와 불교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도 또 다른 멜팅팟을 형성하며, 현재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새 방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이는 현시대의 유교와 불교 학자들과 종교인들이 담당해야 할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10장의 논문들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은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유교와 불교의 대화 양상을 개괄하는 총론으로, 「유교와 불교의 대화」 편집위원회의 「중국 역사를 통해 본 유교와 불교의 대화」가 이를 다룬다. 두 번째 부분은 불교의 중국화 초기부터 당대(唐代)에 이르는 불성 개념을 통한 유불 융합을 탐구하며, 석길암의 「불성 개념의 중국적 변용 과정」이 해당한다. 세 번째 부분은 이 책의 중추로서 송명대에 심화된 유불 융합에 주목한다. 이원석의 「유자휘에게 끼친 대혜종고의 영향」, 이해임의 「장구성은 대혜종고에게 무엇을 배웠는가?」, 변희욱의 「송대의 간화와 격물」, 정상봉의 「주희가 본 육구연의 심학과 선」, 김진무의 「조사선과 육왕 심학의 교섭관계」 등이 포함된다. 네 번째 부분은 명말청초 불교계의 격의 양상을 고찰하며, 중국학자 진영혁(陳永革)의 「중국 전근대 유불 관계: 만명 불교의 양지심학론」, 유용빈의 「지욱 『논어점정』의 이불해유에 대한 고찰」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부분은 청말민초의 새로운 유학에서 시도된 유불 융합을 탐구한다. 김제란의 「현대신유학에 나타난 유학·불교 융합의 방식들: 웅십력, 당군의, 모종삼 3인의 철학을 중심으로」가 이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