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고통이지만,
나를 구원한 것도 노래였다.
지치고 고단한 시절을 견디게 했던 것도 노래였다.
노래가 나를 살게 한 것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트로트 외길을 걸어온 금잔디의 뚝심
금잔디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뚝심’이다. 대학생 때 〈영종도 갈매기〉로 데뷔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빚쟁이의 전화에 시달릴 때에도,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일을 하며 악착같이 살아내야 했을 때에도,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어져 가수로서의 인생은 끝났다 생각했을 때에도, 공황장애로 숨이 쉬어지지 않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에도 금잔디는 노래를 놓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부침을 겪으며 쉬운 길로 가고 싶다는 유혹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금잔디는 타협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말하고, 옳은 것은 옳다 말하며 깡다구 있게 살아왔다.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자신만의 길을 다져왔다.
붙잡고 살아갈 무언가가 있다면, 무엇으로도 훼손할 수 없는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시련이 견디기 쉬워지지는 않더라도 결국엔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금잔디가 뚝심 있게 걸어온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삶에서 지쳤을 때 말없이 품어주는 산과 강처럼
살아가며 낙담하고 풀이 죽어 기운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노래로 위로하고 달래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항상 곁에 머물러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금잔디의 진심
금잔디는 노래를 부를 때나 사람을 대할 때 늘 ‘진심’을 담고자 노력한다. 히트 칠 것 같은 노래, 대중이 좋아할 만한 노래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는 내 마음이 가는 노래를 더 우선한다. 마음이 가야 노래도 잘 나오고 그래야 아무리 어려운 노래라도 부르는 맛이 있고 멋도 있기 때문이다. 기계처럼 정확하게 잘 부르는 노래보다 시골 촌부가 막걸리 한잔 걸치고 부르는 노래에 눈물 흘리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진심을 담은 노래의 힘은 그 무엇보다도 세다.
금잔디의 노래를 들으며 지난 일주일을 견뎠다는 분, ‘자네가 내 우울한 마음을 고치는 의사네, 의사’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 금잔디 손 한번 잡아보겠다고 화장실에서 열심히 손을 씻으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무대란 결국 진심 어린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 곳,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곳, 그렇기에 가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마음들이 금잔디가 노래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배신을 당하기도 했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로 확 올라갔다 갑자기 바닥으로 추락하는 삶을 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곁에 남아 자신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시는 팬분들의 진심에 역시 진심으로 화답하고자 노력하는 금잔디. 노래로, 무대로 차마 다 표현하지 못한 감사함을, 무뚝뚝한 성격 탓에 자주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이번 에세이 안에 가득 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