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일 때마다
버텨낼 힘을 준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폴 오스터, 조이스 캐럴 오츠, 토니 모리슨, 시몬 바일스,
비너스 윌리엄스, 이정은, 케이트 윈슬렛, 마돈나, 테일러 스위프트 등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사는 게’를 입력하면 ‘힘들다’ ‘지겹다’ ‘고통이다’와 같은 단어들이 뒤에 자동 완성된다. 하나같이 무겁고 무서운 말들이다. 학교든 직장이든 집이든 어디서나 힘들다는 소리가 들린다. 무엇이든 다 힘들고, 누구나 다 힘들다고 한다. 힘든 일을 피하기도 어렵지만, 가까스로 하나를 피하면 또 하나가 오는 식이다.
『조금 덜 힘든 하루』는 ‘힘들지 않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조금 덜 힘든 방법을 찾는 게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병원에 주사를 맞으러 간 김주절이 “조금 따끔할 거예요”라는 간호사의 말에 『인간의 대지』의 서문을 떠올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장애물과 맞서 싸울 때 비로소 자아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 싸움을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김주절은 ‘주사’를 ‘장애물’로 보고, 나름의 ‘도구’를 찾아냈다. 세 가지다.
마음, 태도, 관계의 변화
먼저 마음 다지기. 아프지 않은 주사는 없듯이 넘기 쉬운 장애물은 없다고 받아들인다. 다음은 태도 바꾸기. 반드시 맞아야 하는 주사라면 빨리 맞는 게 낫고, 안 맞아도 된다면 굳이 병원까지 갈 필요도 없듯이 장애물을 제대로 인지하고, 그에 맞는 자세를 취한다. 마지막은 관계 지키기다. 장애물에 지칠 때는 격려나 위로를 건네는 존재와 연결되는 것, 즉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힘쓴다.
저자는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했다. 훈계조를 피하고 싶었던 그는 ‘명언 에세이’를 선택했다. 흥미롭게 읽은 신문과 칼럼부터 책은 물론이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노래 등을 모았더니 이보다 더 다채로울 수가 없다. 폴 오스터, 조이스 캐럴 오츠, 토니 모리슨과 같은 작가들을 비롯하여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 배우 이정은과 황석정, 케이트 윈슬렛, 가수 마돈나, 테일러 스위프트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도 많고, 외국의 엔지니어, 작곡가, 코미디언 등 아직 우리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도 여럿이다. 인물의 지명도나 프로필보다 상황과 말 자체에 더 집중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1부 〈마음〉에서는 ‘피할 수 있는 고통을 피하라’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말에 적극 동의하면서 고통을 피하는 것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힘든 시절을 극복하지 않고 버텼다”라던 배우 서현진의 말에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애초에 극복할 일이 아니라고 말을 보탠다. 2부 〈태도〉에서는 “메달보다 내 건강이 더 중요”하다며 5년을 준비한 올림픽을 기권한 시몬 바일스 선수처럼 당면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장애물을 극복하기 어려울 때는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아예 장애물을 없애 버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부 〈관계〉에서는 소설 『미들마치』의 한 대목 ‘서로의 힘듦을 덜어주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사는 의미가 있을까요?’를 인용하면서 타인, 더 나아가 공동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우리 모두에게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돌봐야 할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타인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책은 고통에 짓눌릴 때, 부당한 일을 당해 억울할 때, 괴로워서 그저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 사람에게 마음을 다칠 때 등등 다양한 힘듦으로 괴롭거나 지칠 때 하나씩 꺼내 읽던 문장들에 저자가 자기 생각을 조심스럽게 덧붙여서 만들었다. 재능과 꿈에 대한 고민부터 행운과 기회에 대한 집착, 사람들의 시선으로 상처를 입어 아프고 힘들 때 펼쳐 보면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조금 덜 속상하고,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덜 억울하고,
조금만 덜 슬프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하루도
조금은 덜 힘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