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구출 소동》은 귀찮으면서도 걱정되는 마음, 내 답을 훔쳐 보면서 아닌 척하는 친구에게 화나고 짜증나는 마음, 내 흉터를 누가 볼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 등 사소해 보이는 찰나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보리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에 ‘맞아,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엄마 아빠를 구출하러 떠나는 자매의 다급한 모습, 흉터를 들킬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 김장 전투에 손발 벗고 나선 가족들과 매콤한 김칫속 등 생생하게 표현된 본문 그림 덕분에 더욱 상황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누군가를 기꺼이 지켜 주는 어린이
“언제나 비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 주는 쪽은 엄마와 아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때로는 엄마 아빠에게도 언니와 내가 씌워 주는 우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항상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던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엄마 아빠 구출 소동〉은 밀려오는 잠과 귀찮음을 뒤로하고 엄마 아빠를 빗속에서 구출하기 위해 우산을 챙겨 씩씩하게 나아가는 보리, 소리 자매의 출동 과정을 그렸어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 산에서 내려오는 수상한 아저씨, 갑자기 속도를 확 줄인 검은 차 등 엄마 아빠가 있는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이 더욱 커져 가요. 그럼에도 주저하지 않고 힘차게 나아가는 이유는 엄마 아빠를 빗속에서 구해 주고 싶은 굳건한 마음 때문일 겁니다.
변준희 작가는 보리와 소리의 주체적인 모습을 통해 어린이가 늘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힘이 되고 싶고, 힘이 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 줍니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 서투르지만 차근차근 풀어 가는 힘
한편, 누구에게나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감추고 싶은 왼손〉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아물지 않은 보리의 왼손 흉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다른 아이들에게 흉터를 보이고 집에 온 보리는 엄마 앞에서 울음을 터뜨려요. 항상 보리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던 엄마는 이번에는 보리의 편을 들어 주지 않고 단호하게 조언을 건넵니다.
기대처럼 잘 풀리지 않는 친구 관계와 성적 그리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까지. 보리는 천천히 자신의 속도에 맞춰 어려움을 마주하는 법을 알아 갑니다.
‘김장 전투’ 준비 완료!
어려운 일도 힘을 모으면 쉽게 해낼 수 있어
〈‘김장 전투’에서 승리하는 법〉의 ‘김장 전투’는 북한에서 온 표현입니다. 북한에서 ‘전투’는 목적한 걸 이루기 위해 힘을 합쳐 벌이는 노동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대요. 전국의 학교와 기관에서 평화·통일 교육을 진행하는 변준희 작가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과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모습을 작품에 녹여 냈습니다.
김장 전투를 이끄는 대장인 엄마의 진두지휘 아래 아빠부터 막내 보리까지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모두 합심하여 임하는 모습에서 협동과 화합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줄거리
〈엄마 아빠 구출 소동〉
비 오는 밤 우산 없이 나간 엄마 아빠를 위해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선 보리와 소리 자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왔지만 길은 어둡고 산길에 올라갈수록 수상한 사람들을 연달아 마주치면서 두려움이 커지는데…. 자매는 과연 빗속에서 엄마 아빠를 구출할 수 있을까?
〈감추고 싶은 왼손〉
왼손 흉터가 콤플렉스인 보리는 누가 자신의 흉터를 볼까 봐 언제 어디서나 신경을 쓴다. 우연히 흉터를 본 아이들의 말에 상처를 받고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얘기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평소 같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반에서 어떤 아이를 발견하는데….
〈‘김장 전투’에서 승리하는 법〉
엄마의 몫이었던 김장, 올해는 다 함께 힘을 합쳤다. 엄마의 지휘 아래 온 가족이 분주하게 움직여 일 년 먹을 김치를 만들기로 한다. 김장과 북한에서는 많이 쓰는 표현인 ‘전투’처럼 다 함께 힘을 모아 힘든 일을 해내는 과정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