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성공한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인 조 메노스키는 첫 소설인 〈킹세종 더 그레이트〉의 초고를 완성한 날 〈해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의 역사를 탐구한 작가는 한국 신화 속의 ‘해태’의 매력에 빠졌고, 세계 유일의 슈퍼 히어로 〈해태〉를 창조했다.
과학적으로 정립된 이론이 아닌 가설이지만, ‘분자 유산 이론’이나 ‘기억의 공기 이론’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과거 우리 선조들의 숨결이 현재의 공기 속에 작은 분자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숨결에는 기억이 담겨있기에, 현재를 사는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공기 속에 존재하는 기억도 함께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이어져 내려온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통해 전달된 언어와 문화의 흔적, 우리 민족이 겪었던 역사적 사건과 자연재해의 기억, 정신과 영혼의 흔적까지 우리의 핏줄 속에 문신처럼 남았다. 어쩌면 신화 속 영물들의 숨결도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안에 남아있지 않을까? 작가 조메노스키는 이 가설을 해태로 발현시키고,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등장시켜 ‘인간’을 이야기한다.
한국형 슈퍼 히어로 ‘해태’의 주요 무대는 서울이다. 신이 창조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려는 인간의 욕망이 서울 한복판을 화마로 물들이고, 거대한 불길과 함께 다른 시공간에 머물던 해태가 등장해 불을 먹어치운다. 잇따라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까지 등장하며 인간의 공간인 서울은 신들의 전쟁터로 변한다. 전쟁이 벌어지자 평화를 사랑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해태가 현 세계를 지켜낸다. 해태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고, 서로를 지키는 가족이 되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다. 작가는 해태를 통해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꼭 혈연관계여야만 가족인가.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내고 사랑으로 위한다면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진한 관계가 아닐까.
소설 ‘해태’에는 작가의 페르소나 ‘할코’가 등장한다. 핀란드의 민속학자인 ‘할코’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막걸리에서 한민족의 강한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만신 ‘매화’를 통해 ‘정신세계와의 연결’의 의미를 탐구한다. 어쩌면 ‘할코’는 현실 속의 작가 조 메노스키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한민족 신화 속의 영물인 해태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이 동시에 등장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야기할 수 있는 무서운 결과를 경고하며,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신은 인간의 모습과 행동으로 뜻하는 바를 드러내는데 그것은 결국 사랑과 죽음으로 귀결된다고.”
"The gods and monsters of world mythology have become all too real. As vastly different as they are, their contact with human beings have the same result: love and de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