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의료 판이 요동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감소, 지역 소멸과 의료 수요의 증대, 이에 반비례한 의료인 부족 현상과 비용 증대 등은 모두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비용을 누가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 삶의 실제 현장에서 질병과 고통의 문제는 환자 개인의 직접적인 고통 완화나 질병 치유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비용과 회생 가능성, 사회적 가치의 보존 등과 관계되는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인문학은 이러한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의 의료 - 질병 - 치유 문제를 다양한 관점과 영역에 걸쳐 논구하는 학문이다. 『마음과 고통의 돌봄을 위한 인문학』은 ‘마음’, ‘고통’, ‘인문학’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정신병’, ‘피폭자’, ‘치매’, ‘대화’, ‘돌봄’, ‘의료인-환자’ 등의 구체적인 키워드로 잘게 쪼개서 천착하고 있다.
1부 “고통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선”에서는 먼저 정신병 현상에 대한 이해와 이를 돌보는 과정에 대한 인문학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최우석의 「정신병과 돌봄」은 “정신의학에 관한 현상학적 탐구의 필요성과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환자의 실존적 체험에 대한 돌봄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이동규의 「히로시마에서의 ‘피폭자’ 증언 속 의료인의 경험」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직후 존 허시가 『뉴요커』라는 잡지에 게재한 「히로시마」라는 글을 토대로 원폭 투하 이후의 경험 사례들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김현수의 「중등도 이상 치매 환자 재가 돌봄의 어려움」은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의 신체기능, 사회생활기능, 인지기능 저하나 소실이라는 장애와 더불어 행동심리증상에 의해 가중되는 부양 부담을 감내하는 재가 돌봄자의 고통을 상기시키고, 재가 돌봄 수행자에게 필요한 이해의 핵심을 제공한다.
이러한 글들은 고통의 다양한 양상과 이를 대하는 돌봄의 실천을 심도 깊게 탐구함으로써 고통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부 “마음을 다스리는 인문학적 치유”에서는 마음의 돌봄에 주안점을 두고, 고통을 다스리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탐구한다.
박성호의 「대화를 통한 마음 다스림과 치유의 가능성」은 한국 근대 초기 소설중 ‘몽조’와 ‘인생의 한’을 비교 검토하여, 종교를 바탕에 둔 작중인물의 사례를 통해 기독교와 치유의 관계를 조명한다.
최지희의 「근대 중국 사회의 마음 다스림」은 중국에서의 대표적인 도인양생술의 하나인 팔단금이 근대 시기 이후 체조로 개조되는 모습과 상하이 지역 학교의 체육 교과과정에 포함되고 동시에 신문지상에 대중체육, 국수체육으로 소개되는 모습을 살피면서, 중국인의 건강관과 신체 단련 인식의 변화상을 살핀다.
이은영의 「돌봄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인-환자 관계」는 오랫동안 한국의 전통 사상과 문화의 근간을 이루어 왔으며, 현재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 윤리의 근본정신 위에서 인간적이며 바람직한 의료인 - 환자 관계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글들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와 시대를 아우르며, 마음을 다스리는 인문학적 치유 방안을 제시한다. 이들 연구는 정신과 신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통의 완화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하며, 돌봄의 실천이 인간의 마음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고통과 돌봄이라는 인류 공통의 화두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인문학적 탐구를 선보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고통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돌봄의 방식과 이에 대한 윤리적, 사회적 고민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고통과 마주하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고통을 겪는 환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의료인, 간병인,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사회 전체가 어떻게 고통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