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닥친 위기의 두 축, ‘기후재앙’과 ‘불평등’
지구를 구하는 일은 곧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인간에 의해 지구에 닥친 위기에는 크게 두 축이 있다. 기후재앙을 비롯한 생태 위기와 불평등 심화로 상징되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그것이다. 하나를 그대로 둔 채로 나머지 하나를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두 위기가 강하게 얽혀 있어 한쪽이 다른 한쪽을 거듭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눈앞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후재앙과 불평등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책은 이에 따라 생태와 사회, 두 분야의 해법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이웃과 자연, 모두를 위하는 상생의 인문학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생태 위기가 해소되어 동물과 식물을 비롯한 자연이 자신의 권리를 얻을 때, 그리고 인간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고 민주적이며 평등한 사회를 이룰 때,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지구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예컨대 생태 위기의 주범이 누구인지 가려나가는 과정을 보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도 환경오염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환경에 해를 끼친 정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0년 12월에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 1%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사람들 전부의 배출량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현실이 이러하니 생태 위기의 책임을 인류 전체에게 묻는 일은 결국 위기의 주범을 숨기는 일이 되고 만다. 생태문제와 사회문제는 여기서 교차한다. 환경오염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오염이 발생하는 과정 속 불평등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더 정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하다.
자연을 구하는 길은 사람을 구하는 길과 겹친다. 환경을 위해 소유권 대신 이용권을 확대하는 일도 그렇다. 공동으로 누리는 자연적·사회적·문화적 자원을 일컫는 커먼즈(commons)를 늘리는 일은 자원을 극단적으로 착취하는 일을 줄여 자연을 지키면서 동시에 자원의 상품화, 사유화를 줄여 사람들을 더 풍요롭게 한다.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전문가와 기술 관료가 좌지우지하는 기술의 발전 방향을 민주적으로 고민하는 일은 사회, 정치 영역에 속하지만 자연을 살리는 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은 이렇듯 지구를 구하는 길이 사회 속에 정의를 실현하는 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마냥 원론적이고 당연한 이야기 대신 현실에 발붙인 실질적인 해법을 말한다.
어쩌면 지구의 마지막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
탈성장부터 환경정의, 동물권과 인류세까지
반드시 읽어야 할 환경 인문학 입문서!
누구도 환경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은 은폐되어 있어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생산과 유통을 거쳐 상품을 소비하고 폐기하는 일련의 과정 중에 지구에 손상을 남기고 생명을 파괴하는 일들은 감춰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정보를 접하려고 해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들춰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환경과 자연, 기후를 말하는 책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에는 9가지 다양한 환경 관련 논의가 적절한 분량으로 균형 있게 담겨 있어 지속가능한 지구살이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탈성장부터 환경정의, 동물권과 인류세까지 지구의 위기와 기후재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들이 골고루 다뤄진다. 녹색 저술을 오랫동안 이어온 저자의 글은 “조곤조곤 편안한 말투”(고금숙)로 다가가기 어려웠던 생태 위기와 불평등을 친절하게 풀어 전한다. 막연히 지구와 환경이 신경 쓰이지만 관련 글을 접해본 적 없는 독자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개별 장 각각의 완성도도 높아 끌리는 주제를 먼저 읽어도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환경 인문학의 여러 분야를 두루 짚으면서도 깊이를 갖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마지막 지질시대가 될지도 모를, 인류세를 살아갈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그 답을 《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에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