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3대 문학상 ‘공쿠르상’ 수상작
★★ 전 세계 30개국 번역 출간
★★ 제11회 박경리문학상 수상 작가
이야기는 레바논의 산악 지대에서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온, ‘타니오스의 바위’에 깃든 신비로운 전설에서 시작된다. 1880년대 이집트가 오스만 제국에 대항하고 영국·프랑스가 레바논 산악 지대에 침입하려 음모를 꾸미던 시절, 출생의 비밀을 지니고 태어난 소년 타니오스가 성장하면서 겪는 비극적인 모험담이 펼쳐진다.
타니오스는 삶의 고비 고비에서 자신이 내린 선택들이 자기 마을에 혼란과 갈등을 가져오는 운명에 처절하게 맞선다. 크파리야브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라미아와 영주의 집사인 게리오스의 아들인 타니오스는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다. 열세 살이 되던 어느 날 타니오스는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된다. 충격에 빠진 타니오스는 마을에서 쫓겨난 영주의 적수 루코즈와 가까워지고 그의 딸 아스마와 사랑에 빠진다. 이 사건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뒤바꾸어놓을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백년 동안의 고독》에 비견되는 신화적 상상력
1993년 아민 말루프는 《타니오스의 바위》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을 받았다. 말루프는 역사적 사실과 환상적인 요소를 흥미진진하게 엮어내고 아름다운 문체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작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 평론가는 그의 작품 세계를 두고 “말루프의 발언은 이 땅의 모순들과 인간들의 가슴을 향해 있지만, 그의 상상력은 하늘에서 빌려온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말루프는 《타니오스의 바위》에서 레바논 산악 지대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삼아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레바논 민족이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역사를 신비롭고 비극적이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말루프는 레반트(레바논을 포함한 근동 지역)를 놓고 각축하는 서구 열강, 오스만 제국, 이집트, 그리고 이들의 탐욕의 희생지가 된 산악 지대 작은 마을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역사와 문학은 아주 오래된 공범이다”
작품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바위의 전설에는 작가 아민 말루프의 자전적 요소가 담겨 있다. 그는 말루프 가문의 조상인 아부-키크라는 사람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말루프는 “문학적 걸작들에는 문학과 역사, 전설이 뒤섞여 있다”(〈동아일보〉, 2024년 1월 2일자)면서 문학이 역사 속에서 일어난 폭력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타니오스의 바위》는 말루프의 문학적 성취를 정점으로 밀어 올린 작품이다.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아민 말루프의 작품 세계
아민 말루프는 누구인가?
아민 말루프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프랑스 문학계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대표작 《타니오스의 바위》는 한국을 포함한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로서 말루프의 영향력은 프랑스의 ‘최고 엘리트’이자 ‘불멸의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정회원이라는 점에서 엿볼 수 있다. 1634년 공인된 프랑스 학술원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정회원 자격은 시인, 소설가, 극작가, 비평가, 철학자, 사학자, 과학자, 종교인, 정치인 등 국적과 직업에 상관없이 프랑스어를 빛낸 공로를 세운 단 40명에게만 주어진다. 말루프는 2011년 타계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뒤를 이어 레바논계 프랑스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정회원이 되었고 2023년에는 종신 서기(사무총장)로 임명되었다.
시대를 관찰하고 평화를 노래하는 작가
말루프의 작품은 중동, 아프리카, 지중해 세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삼으면서 인류에게 고통을 주는 종교적·정치적 압력과 충돌,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다. 말루프는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적 사건들을 문학으로 재현하며 “비극과 슬픔 속에서도 인간의 모험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하는 작가다. 역사적 폭력을 다루는 가운데 “절대 선과 절대 악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용서와 화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말루프 작품의 특징이다. 이런 주제에 집요하게 천착해 온 것은 문학을 통해 타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폭력과 고통을 해결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으로서 탁월한 재능과 함께 이러한 독창적 작품 세계가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아랍 세계의 기독교인’이라는 역설
말루프 작품의 공통점은 중동과 서구의 공통된 역사를 아랍인의 관점에서 재조명한다는 데 있다. 말루프는 레바논에서 태어났지만 내전을 겪으며 조국을 떠나야 했던 경험, 아랍 세계에서는 기독교인이면서 서구 세계에서는 아랍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독특한 정체성을 작품에 녹여내 “서구 중심주의에 종속되지 않고 타자성의 포용을 통해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허물고자” 평생 글을 써 왔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그는 2022년 제11회 박경리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심사위원회는 말루프의 작품이 “대립하는 여러 가치의 충돌로 개인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시대에 화합의 정신으로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